[정연호]핵연료 제조 기술 완전 독립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정연호]핵연료 제조 기술 완전 독립

[사이언스 칼럼]정연호 한국원자력연구원장

  • 승인 2012-12-24 15:18
  • 신문게재 2012-12-25 21면
  • 정연호 한국원자력연구원장정연호 한국원자력연구원장
▲ 정연호 한국원자력연구원장
▲ 정연호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큰 경사를 맞았다. 15년이 넘게 연구개발에 몰두해 온 핵연료 피복관과 소결체(펠릿) 제조 기술이 산업체에 이전돼 상용화 단계를 밟게 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연구자들의 피땀 어린 성과물이 현장에 적용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식을 키워 사회에 내 보내는 것과 같은 경사다. 더욱이 핵연료 피복관은 핵연료 관련 기술 중 유일하게 완전 국산화를 이루지 못했던 부분인 만큼 그 의미는 연구진 개개인의 보람을 넘어 원자력 연구개발사에도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은 우라늄 핵연료의 핵분열 과정에서 생성되는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는 원자로를 구성하는 부품의 성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핵연료는 핵연료 피복관에 넣어져 봉 형태로 제조되는데 수백개의 핵연료봉으로 구성된 핵연료집합체 형태로 만들어져 원자로에 장전된다. 핵연료 피복관은 핵연료가 안전하게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도록 보호하고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누출되는 것을 막아주는 일차적인 방호벽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부품이다.

지르코늄 합금으로 만드는 핵연료 피복관은 섭씨 300℃, 200기압에 가까운 고온 고압에서 견딜 수 있도록 부식저항성, 변형저항성이 강하고 중성자 흡수성이 낮으면서도 우라늄 핵연료가 효과적으로 연소되도록 고연소도의 성능을 발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재료공학은 물론 원자력과 기계, 물리, 화학 등을 아우르는 첨단 기술이 요구돼 그동안 미국, 프랑스 등 소수 선진국이 세계 시장을 독점해 왔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997년부터 원자력 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신소재 핵연료 피복관 개발을 시작해 10년만인 2007년 마지막 성능검증 단계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국내 원전에서 5년간 다양한 성능 검사를 수행한 결과 그 우수성과 안전성을 확인받아 원자력 연구개발 사상 최고액 기술료를 받고 핵연료 제조 산업체인 한전원자력연료에 기술을 이전하게 됐다.

피복관 개발 과정을 되짚어보면 연구개발에서 끈기와 인내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우리 연구진은 피복관 국산화를 위해 700종에 달하는 후보 합금에 대한 기초 연구를 토대로 합급 설계, 제조 및 평가시험 등의 과정을 거쳐 2000년 순수 국내 기술로 고성능 지르코늄 합금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어 2001년에는 해외의 선진 핵연료 회사들이 개발한 최신 신소재 피복관보다 부식 및 변형 저항성이 40% 이상 향상된 'HANA 피복관'시제품을 만들어냈으며, 2004년부터 3년 간 노르웨이 할덴(Halden) 연구용 원자로에서 연소시험을 거친 결과 기존 피복관 대비 부식 및 변형 저항성이 40% 이상 향상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원자력계의 땀과 노력의 결실인 HANA 피복관은 그 독자성을 놓고 세계 최대 원자력 기업과 5년에 걸친 국제 특허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등 개발 과정에서 진통이 만만치 않았지만, 소송에서 당당히 승소했을 뿐 아니라 국내와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에 40여 건의 특허를 등록함으로써 선진국과의 기술격차 극복하고 비로소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원자력 발전소 1기당 사용되는 핵연료 피복관은 약 5만개 정도로 이중 약 3분의 1이 1년 반마다 새로운 피복관으로 교체된다. 현재 우리나라가 전량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핵연료 피복관의 수입비용은 연간 약 300억 원에 이른다. 이번 기술 이전으로 수입대체 효과 뿐 아니라 외국기술보다 뛰어난 성능으로 수출 효과까지 기대된다. 핵연료 피복관과 함께 기술이전된 대결정립 고연소도 이산화 우라늄 소결체 제조 기술 역시 소결체의 품질을 좌우하는 결정립의 크기 면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을 보이고 있어 상용화 될 경우 그 경제적 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다.

우수한 성능의 원자력 부품 개발은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크게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원자력 발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과 불신을 신뢰와 믿음으로 바꿔 줄 것이다. 이번 핵연료 제조 기술 완전 독립이 원자력 안전을 실질적으로 향상시켜서 국민이 안심하고 원자력을 이용하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2.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3. aT, '가루쌀 가공식품' 할인대전 진행
  4. 국립농업박물관, 개관 678일 만에 100만 관람객 돌파
  5.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1. 농림부, 2025년 연구개발 사업 어떤 내용 담겼나
  2. 사회복지법인 신영복지재단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저소득어르신에게 쌀 배분
  3. 제27회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상, 10월 28일 열린다
  4. 해외농업·산림자원 반입 활성화 법 본격 시행
  5. 농촌진흥청, 가을 배추·무 수급 안정화 지원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