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뮤지컬 작품 중 하나인 동명의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궁금한 것은 '뮤지컬의 황제' 캐머런 매킨토시가 왜 굳이 영화화하려 했느냐는 점. 의문은 오프닝에서 풀렸다.
장발장이 교도소 부역에 동원돼 동료 죄수들과 거대한 함선을 끌어올리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스케일이 어마어마하다. 매킨토시는 무대라는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소설 원작의 큰 스케일을 구현하고 싶었던 거다. 파리 시내에 거대한 바리케이드를 쌓고 싸우는 하이라이트는 왜 영화로 만들어져야 했는지를 웅변한다. 영화 연출은 '킹스 스피치'로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한 톰 후퍼 감독이 맡았다.
휴 잭맨이 장발장을, 러셀 크로가 장발장을 평생 뒤쫓는 가혹한 법의 집행자 자베르, 앤 해서웨이가 비운의 여인 판틴을,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판틴의 딸 코제트를 연기했다. 뮤지컬 영화답게 히트 넘버들이 감성을 사로잡는다. 판틴은 머리와 치아, 심지어 몸까지 팔아야 했던 여인. '나는 꿈을 꾸었네(I dreamed a dream)'를 부를 때는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가만히 멈춰선 카메라는 무대 먼발치에서 놓치기 쉬웠던 감정의 섬세한 결들을 그대로 살려낸다. 톰 후퍼 감독은 배우들이 연기하면서 직접 노래하도록 요구했다. 덕분에 거친 숨소리와 눈물을 참고 울먹이는 소리 등 배우들의 감정이 풍부하게 표현됐다.
프랑스 민중의 궁핍한 삶을 드러내는 '거지들(The Beggars)'은 역설적이게도 꼬마 가브로슈(다니엘 허틀스톤)의 청아한 목소리에 실린다. 청년 혁명가들이 바리케이드 위에서 군중과 함께 부르는 '민중의 노랫소리가 들리는가(Do you hear the people sing)'는 이 묵직한 서사시의 커튼콜로 손색이 없다. 장발장이 사기꾼 테나르디에 부부에게서 코제트를 구출한 뒤 부르는 '갑자기(Suddenly)'는 뮤지컬에는 없는 노래. 휴 잭맨의 높고 강한 목소리에 영감을 얻어 만든 이 곡을 잭맨은 “장발장의 삶을 담은 아름다운 노래”라고 소개했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기 때문에 뮤지컬 영화를 처음 보는 관객들은 당황스러울 수 있겠다.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뮤지컬 영화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듯하다. 노래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폭발적인 힘을 지닐 수 있는지, 또 자신이 저지른 죄를 깊이 반성하고 구원의 삶을 사는 장발장의 모습을 보면서 정의와 도덕성을 잃어버린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될 거다. 묵직한 감동과 함께….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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