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명렬]마이 웨이(My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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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명렬]마이 웨이(My Way)

[NGO소리]류명렬 대전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12-12-19 16:08
  • 신문게재 2012-12-20 20면
  • 류명렬 대전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류명렬 대전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
▲ 류명렬 대전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
▲ 류명렬 대전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
요즘 방송을 보면, 오디션이나 경연 프로그램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노래와 춤을 비롯하여 연기나 요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 구도 속에서 살아남는 자를 선발한다.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되는 재미도 있지만, 참가자들은 긴장과 경쟁 가운데 생존해야 한다. 그들의 생과 사를 결정하는 것은 대중이다. 대중들의 선호도가 참가자들의 생사(生死), 희비(喜悲)를 엇갈리게 만들다보니, 중요한 것은 대중의 선택이 되었고, 대중의 표를 얻기 위해서 희생되어지는 중요한 가치들이 있다. 우리 정치와 비슷한 점이 많다. 유권자들의 표가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소신이나 철학보다 대중의 표를 더 의식하면서 사는 것과 비슷하다. 바른 길, 또는 백년 앞을 내다보는 철학이 있는 정치는 사라지고, 당장 환호를 받는 정책만을 구상하게 된다.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에서 한영애라는 가수가 노래하는 모습을 몇 번 보았다. 나는 그의 팬이 아니었다. 그녀는 1955년 생으로 우리 나이로 예순이 가까운 나이로 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가수들에 비하면 노령의 출연자다. 그는 젊은 출연자들과 같이 발빠르게 청중들의 요구에 부응하거나, 어떤 표몰이를 하는 액션도 취하지 못했다. 그는 경쟁 구도 속에서도 철저하게 자신의 색깔로 노래했다. 그의 철학을 담은 인터뷰를 기억한다. “나는 가수니까 가사를 전달하려고 합니다”라는 그의 말대로, 정말 한 소절 한 소절 가사를 소화해서 표현하는 그의 노래는 정말 노래 자체였다. 나는 그의 팬이 되었다. 그는 비록 인기몰이를 하지 못했지만, 나는 그를 진짜 가수로 인정한다.

오늘 우리는 생각의 부재, 철학 부재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멀리 보고 행동하는 사람이 인정받지 못하고, 당장 표를 얻고, 당장 성과를 내는 사람이 유능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1989년 소천한 함석헌 선생은 백 가지 가난 중에서 가장 심한 가난은 생각의 가난이라고 하였다. '밤거리를 헤매다가 도둑놈에게 욕을 본 계집도 그 상하고 더러워진 몸을 어루만지며 생각을 해 본다면 그 까닭이 어디 있음을 알 것이요, 대낮에 술에 취해 자다가 온 세간을 불태워 버린 사내도 잿더미에 마주 앉아 생각을 해 본다면 그 잘못이 어디 있음을 알 것이다' 생각하라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사람들의 환호만을 좇아가면, 생각의 가난에 빠지게 되고, 그 결과는 후회할 일을 만날 것이다.

역사는 사람들의 환호가 아닌, 철학을 가지고 살아간 사람들을 기억한다. 1999년 6월 남해의 한 조선소에서 대한민국의 8번째 잠수함 진수식이 열렸다. 그 잠수함의 이름은 '나대용함'이었다. 나대용은 조선 명종 11년(1556년) 전라도 나주에서 태어나 28세가 되던 해에 무과에 급제해 임진왜란 직전인 선조 24년(1591년) 이순신 장군 휘하에서 전선감조(戰船監造)라는 군관을 지낸 인물이다. 이순신은 그에게 '불에 타지 않고, 적선과 충돌에 있어서는 적선을 박살낼 수 있으며, 적이 배 위에 기어올라 백병전을 할 수 없도록 하며, 적에게 치명적인 화기를 탑재할 수 있는 배'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모두들 그 명령은 불가능하다고 했을 때, 그는 사람들의 말에 편승하지 않고, 그 일에 몰입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궁이에서 벌겋게 달아오른 솥뚜껑을 보고 그 유명한 거북선을 만들었다. 남들은 비웃음과 비아냥으로 명령을 대했을 때에, 나대용 장군은 자신의 직책에 대한 사명감과 헌신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거북선을 만들었고, 500년이 지난 후에 역사는 그의 이름을 기억했다. 새로운 대통령과 이 시대의 리더들에게 바란다. 당장의 환호보다 십년 뒤, 백년 뒤의 나라를 생각하고, 당리당략보다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철학이 있는 정치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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