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창옥 서산대산초 교사 |
시사랑 동아리 네 번째 모임이다. 찾아가는 독서캠프 소감 발표, 서산교육지원청 독서콘서트 행사 지원 협의, '엄마보다 이쁜 아이' 시집 읽고 이야기하기 등 만날 때마다 이야기는 끝이 없다. 시사랑 동아리 회원은 19명이고 매달 1회 모임을 한다. 폭설이 내린 한밤중에 학교 화단에서 사진도 박는 자칭 '비논리인'이지만 책을 사랑하고 시를 사랑하는 나름 자부심 대단한 동아리다. 마지막 버스를 놓친 선생님을 한 시간 넘게 태워다 주는 선생님의 배려가 끈끈한 정으로 하나가 된다.
9월 다정다감 국어 시 외우기 교사 동아리를 신청하라는 공문을 보고 가슴이 뛰었다. 아!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는데 이렇게 시기적절하게 기회가 오다니. 몇 해 전 실사 온 장학사님의 조언을 듣고 꼭 독서동아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소중한 꿈을 키우고 있었다. 지금 그분과 같은 학교에서 근무한다. 이렇게 완벽한 조화가 없다.
찾아가는 독서캠프는 5개 학교에서 5~6학년 학생 113명이 참여해 동시에 운영되었다. 우리는 단위학교의 독서캠프와 어떻게 차별화시킬 것인가 고민을 했다. 그리고 시로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시, 우리를 품다'라는 주제를 이끌어냈다. 두 번째 모임에서는 교수ㆍ학습 방법을 고민했다. 1, 2차시는 아이들 고민을 드러나게 하기 위해 참고 시를 읽기, '어른들은 모른다'는 시를 바꾸어 쓰고 댓글 달기를 계획했다. 3, 4차시는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기 위해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를 들려주기, '이럴 땐 답답해요.' 역할극 하기, 맺힌 마음을 푸는 시쓰기를 계획했다. 세 번째 모임에서는 교수ㆍ학습과정안, 참고 시 6편, 동화책 PPT, 역할극 상황 대본을 준비해 수업 실연을 했다. 그리고 캠프 전날 다시 만나 학생들에게 줄 동화책에 서명하고, 명찰, 플래카드, 출석부, 학습지 등 바구니 가득 세팅을 했다.
그네 타는 아이들/ 시소 타는 아이들/ 미끄럼틀 타는 아이들// 나와 놀 수 있는 사람은 많지만/ 놀아주질 않는다// 나는 그저 나비만 잡을 뿐/ 할 수 있는 놀이가 없다.
캠프가 진행되면서 아이들은 고맙게도 솔직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맺힌 마음을 풀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했던 우리들의 노력이 작은 울림이 되었나 보다. 우리는 품을 더 팔더라도 자료집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선물해주자고 의견을 모았다.
“○○야, 캠프 때 준 책 읽어 봤어?”
“짱이에요. 저 역사동화 엄청 좋아해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다문화 아이,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거침없이 말하는 아이 얼굴에서 화사한 미소를 보았다. 마음이 후련해졌다는 아이에게도, 선생님을 품어준 아이들이 고마웠다는 선생님에게도 캠프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길이 미끄러운데 잘 들어가셨지요? 겨울이 추운 것은 옆 사람의 온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주는 것입니다.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도 느끼고, 회원님이 직접 사랑하는 사람에게 온기가 되어 더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 이렇게 마무리 편지를 쓰고 나면 하루의 분주함이 달콤함으로 다가온다. 새내기 시절, 아이들은 나에게 어린 왕자가 날마다 정성스럽게 가꾼 그런 장미꽃이었다. 이제는 그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과 함께 걷는 행복한 동행을 실천하려 한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멀리 갈 수 없다. 내 곁에는 배우며 나누는 선생님들이 있고, 언제나 큰길로 이끌어줄 멘토 선생님이 있기에 교단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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