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데이'는 1988년 7월 15일 영국의 에딘버그 대학 졸업식이 끝난 날 새벽에 시작해 7월 15일 황혼에 끝난다. 하지만 같은 날이 아니다. 그 사이엔 20년이란 긴 간극이 놓여 있다.
대학 졸업식 날, 우연히 하룻밤을 보내게 된 엠마와 덱스터. 그후 엠마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는 포부와 '작가'라는 꿈을 향해 달려간다. 부잣집 도련님 덱스터는 세상을 즐기는데만 관심이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맺어지기 힘들 성 싶은 이들은 과연 사랑에 골인할 수 있을까.
데이비드 니콜스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 7월 15일은 영국 사람들이 '이날 비가 내리면 40일 동안 비가 내리고, 맑으면 40일 내내 아름다운 날씨가 이어진다'고 믿는 '성 스위틴 데이'다. 영화는 묵은 달력을 새 달력으로 갈아치우듯 1988년부터 스무 해 동안 이 7월 15일만을 비춘다. 그 긴 세월동안 두 사람이 겪는 우정과 사랑과 후회와 동경이 달콤 쌉싸름하게 그려진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캣우먼으로 매력을 발산한 앤 해서웨이가 순수하면서도 당찬 엠마를, '업사이드 다운'에서 사랑을 위해 분투하던 순수남 짐 스터게스가 바람둥이 덱스터를 연기한다. 촌스러운 안경을 끼고 80년대 대학생을 연기해도 예쁜 앤 해서웨이를 보는 맛이 전부다. 두 주인공의 화학작용이 신통치 않아 강렬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가슴에 다가오지 않는다.
덴마크 출신 여류 감독 론 셔르픽의 연출도 너무 무겁다. 한국 겨울이 로맨스 영화의 계절이라고 해도 미국에서 작년 여름 개봉한 영화가 뒤늦게 도착한 것만 봐도 알 것 같다.
다만 영화가 던지는 질문, 왜 우리는 살면서 진짜 사랑은 알아보지 못하는지, 깨달음은 왜 항상 뒤늦게 오는 것인지, 곱씹을 만하다.
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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