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남]나는 찍었다 우리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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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남]나는 찍었다 우리 대통령

[중도시감]권은남 경제부 부장

  • 승인 2012-12-13 14:04
  • 신문게재 2012-12-14 21면
  • 권은남 경제부 부장권은남 경제부 부장
▲ 권은남 경제부 부장
▲ 권은남 경제부 부장
'나는 찍었다. 우리 대통령.'

1967년 5월 3일 치러진 제6대 대통령선거에 앞서 해외 부재자투표 실태를 보도한 경향신문의 제목이다. 40여 년 전에도 해외에 일시체류 중인 국민이 투표권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의외(?)다.

보도에 따르면 1967년 치러진 제6대 대선과 7대 국회의원선거, 1971년 대선과 8대 국회의원선거에는 베트남전에 파병된 군인들과 독일에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 등 해외 체류자들에 대한 투표가 진행됐다. 해외 영주권자는 제외한 투표였다.

이런 해외부재자 투표는 1972년 유신헌법 공포와 더불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해외부재자 투표가 사라진 지 40년 만에 올해 다시 외국에 체류 중인 해외부재자 뿐 아니라 영주권자들도 모두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재외국민투표법이 시행되면서 해외에 살고 있는 국민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영주권자들에게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권리를 행사했다는 감격스런 의식과도 같아 보였다. 이 때문인지 최근 마감된 재외국민투표는 투표를 전체 선거인명부 등재자 22만 2389명 가운데 15만 8235명이 투표를 마쳐, 최종투표율은 71.2%로 집계됐다. 지난 4ㆍ11총선 당시 재외국민 최종투표율 45.7%보다 높았다.

처음으로 대통령선거에 참여한다는 것 이외에도 이번 대선이 중요하다는 것을 해외 거주자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 110개국 164개 공관에서 치러진 재외국민 투표소 가운데 투표자가 가장 많이 몰린 곳은 9623명이 투표에 참여한 주일 한국대사관. 재외국민 투표 마감 하루 전인 10일, 우연히 주일대사관에 갔다가, 투표현장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오전 11시, 평일 낮시간이지만 신주쿠 요츠야에 있는 주일대사관 1층 로비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유학생을 비롯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25년 전 유학생으로 일본에 왔다가 이곳에 정착한 50대의 A씨는 “일본에 오기 전인 1987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후보가 출마했던 대통령선거 이후 태어나서 두 번째 하는 투표인 것 같다”며 20여 년 만에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참여했다는 것에 기뻐하는 모습이다. 그는 “주위의 많은 사람이 투표에 참여하려는 것 같다”며 “여기서도 이러는데… 19일 치러지는 대선에는 많은 국민들이 참여하겠죠”라고 반문했다.

한류와 독도, 대북문제 등 국내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일본 영주자들에게는 이번 선거가 남다른 것 같다.

일본 거주 15년째인 B씨는 “독도 문제 등으로 일본 내 한류가 잠시 주춤해진 것 같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한류로 이어져 교포들도 위상이 많이 높아지고 장사도 잘됐다. 하지만, 최근 한일관계가 나빠지면서 전보다 한인들의 경제도 상황이 좋지는 않다”며 이번 대선에서는 한일관계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후보가 대통령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덧붙였다.

조지아 한인회 이광복(42) 회장 등을 비롯한 재외동포 9명이 재외국민 투표를 위해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서 투표소가 있는 터키 앙카라의 한국 대사관으로 차를 몰고 갔다. 트빌리시에서 앙카라까지는 육로로 약 1350km, 국경 통과 시간까지 감안하면 20시간 이상 걸리는 먼 거리에도 이광복 회장 일행은 투표를 마쳤다 한다.

유튜브에서는 이른 새벽 아이들과 기차를 타고 14시간 이동해 베를린 대사관을 찾아 투표한 유학생 부부 등 많은 재외국민들의 투표영상이 인기를 끌었다. 투표를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써야 하는 재외국민들의 투표를 보면 '이렇게까지 투표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1, 2위 표차를 보면 이들의 투표권 행사는 아름다운 드라마다.

1997년 대선에서 1, 2위 표차는 39만 표, 2002년 대선 때도 표차는 57만 표밖에 되지 않았다. 이번 대선 역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어 투표에 참여한 15만 8235명의 재외국민 투표가 승부를 가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 만났던 A씨는 “외국에 살다 보면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는 말을 실감한다. 한 표가 얼마가 소중한지 이번에 알게 됐다”며 오는 19일 치러지는 대선에 투표율이 높아지기를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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