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죄의식 없이 공공 예산을 '눈먼 돈' 취급하거나 직분을 이용해 자신들의 배 불리기에 열을 올리는 등 만연한 도덕적 해이가 심각성을 더한다는 지적이다.
대전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는 최근 3개월여의 수사를 거쳐 대덕특구에 소재한 3곳의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원 6명과 비리 행위에 연루된 납품업체 관계자 2명을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대덕특구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앞서 올 상반기 2곳의 연구기관 책임연구원 등이 비리 행위로 적발, 기소된데 이어 또 다시 연구원들이 줄줄이 기소되는 상황을 맞게 됐다.
납품업체로부터 뇌물을 수수하거나 부인이 운영하는 업체로부터 물품을 납품받은 것처럼 속여 예산을 편취하는가 하면, 자신 명의로 회사를 차려놓고 용역대금을 착복하는 등 비리 유형도 다양하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기소된 A연구기관의 센터장 박모(50)씨는 불구속 기소된 책임연구원 최모(40)씨와 짜고 2007년부터 최근까지 각각 처남과 부인이 운영하는 납품업체에서 실제 구입하지 않은 시약 등을 납품받은 것처럼 속이거나 품목을 조작해 6억여원의 예산을 편취(사기 및 업무상배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연구기관의 선임부장인 김모(52)씨와 책임연구원 이모(47)씨는 2009년부터 동일한 납품업체로부터 법인카드를 지급받아 술값 등으로 각각 1300여만원과 2300여만원을 사용함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씨는 해당 업체로부터 소속 직원의 인건비로 2920만원을 수수한 사실도 드러났으며, 해당 업체 관계자 2명도 사기 및 업무상배임과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날 구속기소된 B연구기관의 모 사업단 단장 송모(51)씨는 연구원들에 대한 창업지원제도를 악용해 18억원에 달하는 부당 이득을 취했다.
송씨는 사업기기 평가 업무를 담당하면서 2008년부터 올해 초까지 연구기관으로 들어 온 11건의 용역 계약을 연구기관 지원으로 설립한 자신 명의의 회사로 빼돌리는 수법을 썼다.
이 과정에서 송씨는 수주한 용역을 실제 자신 명의 회사가 아니라 연구원의 인력과 시설을 이용해 수행했으며, 용역 대금으로 받은 18억원의 회사 자금 중 5억 3000여 만원을 횡령해 아파트 구입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별개로 같은 연구기관의 책임연구원을 지낸 김모(56)씨는 기계류 납품 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3500만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배임)로 약식 기소됐다.
검찰은 “이번 수사로 일부 국책 연구기관의 물품 납품과정 검수기능 부재, 연구원 창업지원제도의 허점 등이 노출되고, 연구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연구기관 내 비리를 지역특색 범죄로 선정해 지속적으로 단속 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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