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장직 음악평론가 |
대전시립합창단은 이날 공연에서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전곡(3곡 제외)을 바로크 시대의 연주 양식에 가깝게 연주했다. 합창단의 인원수는 50명 정원에서 더 줄이지 않았지만, 오케스트라 악기는 대폭 줄였다. 1742년 더블린 초연 당시의 악기 편성은 아니지만 1750년 런던 펀들링 병원 자선음악회에서 헨델의 지휘로 연주할 당시의 편성에 가까웠다.
정격 연주 또는 역사적 연주는 오리지널 악보나 바로크 악기를 선택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대규모 행사에서 매머드급 합창단이 추구할 수밖에 없는 장엄하고 웅장한 사운드 대신에 음악의 뼈대와 속살을 그대로 보여주는 담백한 울림이 필요하다. 빈프리트 톨이 이끄는 대전시립합창단은 헨델의 '메시아'에 대한 국내 음악팬들의 기억 속에 켜켜이 쌓인 불필요한 과장이나 덧칠을 걷어내고 정교하면서도 탄탄한 음악적 건축미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빈프리트 톨은 독일 레퍼토리에 정통한 지휘자 답게 헨델의 오라토리오에 담긴 독일음악의 뿌리를 강조함으로써 '메시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경지에까지 도달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소리를 길게 끌지 않고 짧게 끊어 성부 간의 대위법적인 균형 감각을 잘 살려냈다. 섬세한 울림을 추구한 해석은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의 고풍스러운 관현악과도 잘 어울렸다. 전체적으로는 아카데믹하고 차분한 연주를 들려준 까닭에 장엄한 풍모를 자아내는 합창곡에서 극적 효과가 한결 돋보였다.
아마추어 합창단들이나 청중들은 지금도 옛날식의 '빅 메시아'에 익숙해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국내 프로 합창단들 사이에서는 거품을 뺀 '작은 메시아' 를 연주하는 것이 큰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대전시립합창단도 그 대열에 합류한 셈인데 정격 연주를 시도한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하지 않고 여운이 오래 남는 감동으로 연결되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로 취임 6년째를 맞는 빈프리트 톨은 대전시립합창단과 눈빛만 보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있는 음악적 파트너로 발전했다. 톨의 지휘는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효과적으로 음악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여러 해 동안 정격 연주를 시도해온 경험이 축적되어 이제는 원숙한 경지에까지 이르렀음을 이번 '메시아' 공연을 통해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장직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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