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대전시립합창단 '헨델 메시아'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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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대전시립합창단 '헨델 메시아'를 보고…

정교하면서 탄탄한 음악적 건축미 보여줘

  • 승인 2012-12-12 13:09
  • 신문게재 2012-12-13 11면
  • 이장직 음악평론가이장직 음악평론가
▲ 이장직 음악평론가
▲ 이장직 음악평론가
중간 휴식시간을 포함해 장장 2시간 20분이 걸렸지만,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서울에 내린 폭설로 귀갓길 걱정이 앞설 텐데도 심지어 '앙코르'를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 특별연주회에서 대전시립합창단은 대중에게 친숙한 레퍼토리로도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지금까지 필자가 들었던 '메시아'와는 전혀 다른 색다른 느낌이었다. 음악회는 항상 새로워야 한다. 참신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국내 초연작이나 현대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아마추어 합창단까지 즐겨 부르는 명곡을 전혀 새로운 해석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연주자 입장에선 후자의 경우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대전시립합창단은 이날 공연에서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전곡(3곡 제외)을 바로크 시대의 연주 양식에 가깝게 연주했다. 합창단의 인원수는 50명 정원에서 더 줄이지 않았지만, 오케스트라 악기는 대폭 줄였다. 1742년 더블린 초연 당시의 악기 편성은 아니지만 1750년 런던 펀들링 병원 자선음악회에서 헨델의 지휘로 연주할 당시의 편성에 가까웠다.

헨델의 '메시아'가 국내에서 처음 연주된 것은 1950년대 중반의 일이다. 누가 맨 먼저 연주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교회 성가대가 주축이 되어 연주한 것은 사실이다. 전례음악은 아니지만 기독교적 내용을 담고 있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그후 성탄절과 연말을 전후로 해서 수 백명이 참가하는 매머드급 '메시아' 공연이 이어져 왔다. 각 교회에서도 큰 행사나 절기 때 '메시아' 전곡 또는 발췌곡을 연주하는 것이 전통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규모 아마추어 합창단이 오케스트라 반주로 연주해온 '메시아'는 헨델의 오리지널 버전과는 거리가 멀다. 플루트, 클라리넷, 트럼본, 큰북, 심지어는 오르간까지 가세하는 경우가 많다. 연주 시간 때문에 독창곡 중 몇 곡은 생략하기도 한다.

정격 연주 또는 역사적 연주는 오리지널 악보나 바로크 악기를 선택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대규모 행사에서 매머드급 합창단이 추구할 수밖에 없는 장엄하고 웅장한 사운드 대신에 음악의 뼈대와 속살을 그대로 보여주는 담백한 울림이 필요하다. 빈프리트 톨이 이끄는 대전시립합창단은 헨델의 '메시아'에 대한 국내 음악팬들의 기억 속에 켜켜이 쌓인 불필요한 과장이나 덧칠을 걷어내고 정교하면서도 탄탄한 음악적 건축미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빈프리트 톨은 독일 레퍼토리에 정통한 지휘자 답게 헨델의 오라토리오에 담긴 독일음악의 뿌리를 강조함으로써 '메시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경지에까지 도달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소리를 길게 끌지 않고 짧게 끊어 성부 간의 대위법적인 균형 감각을 잘 살려냈다. 섬세한 울림을 추구한 해석은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의 고풍스러운 관현악과도 잘 어울렸다. 전체적으로는 아카데믹하고 차분한 연주를 들려준 까닭에 장엄한 풍모를 자아내는 합창곡에서 극적 효과가 한결 돋보였다.

아마추어 합창단들이나 청중들은 지금도 옛날식의 '빅 메시아'에 익숙해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국내 프로 합창단들 사이에서는 거품을 뺀 '작은 메시아' 를 연주하는 것이 큰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대전시립합창단도 그 대열에 합류한 셈인데 정격 연주를 시도한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하지 않고 여운이 오래 남는 감동으로 연결되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로 취임 6년째를 맞는 빈프리트 톨은 대전시립합창단과 눈빛만 보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있는 음악적 파트너로 발전했다. 톨의 지휘는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효과적으로 음악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여러 해 동안 정격 연주를 시도해온 경험이 축적되어 이제는 원숙한 경지에까지 이르렀음을 이번 '메시아' 공연을 통해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장직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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