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참, 잘했어요”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영수]“참, 잘했어요”

[교육단상]김영수 대전둔원초 교사

  • 승인 2012-12-11 14:12
  • 신문게재 2012-12-12 20면
  • 김영수 대전둔원초 교사김영수 대전둔원초 교사
▲ 김영수 대전둔원초 교사
▲ 김영수 대전둔원초 교사
2012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흔히 '세월은 유수와 같다', '쏜살같이 흘러간다'는 말을 한다. 아마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 때문에 이런 말들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연말이 되어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빨리 지나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하루씩 되짚어보면 참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지난 한 해 참 열심히 살았다.

지난 3월 2일 입학식 날 만난 우리 반 학생들은 그동안 많이 자랐다. 엄마 손을 꼭 잡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녀석들이 지금은 의젓하게 앉아 수업을 듣고 있으니 말이다. 얼마 전, 학년 말 평가가 있었는데 우리 반 녀석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시험 문제를 푸는 모습이 여간 대견스럽지 않았다. 시험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1학년이 긴장한 모습으로 진지하게 시험에 임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학년 초에 학교 가기 싫다고 복도에서 엄마에게 매달려 울던 우리 반 A도 이제는 아침마다 씩씩하게 교실 문을 열며 “선생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친구들과 쉬는 시간마다 다투던 우리 반 B도 지금은 친구들과 신나게 딱지치기, 구슬치기를 하며 깔깔깔 웃어댄다. 급식 시간이면 토할 것 같다고 나에게 쫓아와 “밥 안 먹을래요” 징징대던 C도 지금은 식판을 깨끗하게 비우고 나에게 자랑스럽게 “선생님,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한다.

복도 통행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내 모습을 보고 따라하던 우리 반 D, 요즘도 D는 점심때마다 쓰레기를 주워 교실 쓰레기통에 버린다. 수업 시간에 준비물이 없는 친구를 꾸중하고 있노라면 “선생님, 제 꺼 나눠 쓸게요”라고 수줍게 얘기하는 우리 반 E. 아침마다 1인 1역을 하느라 무거운 우유 상자를 들고 교실 문을 들어서는 G. 친구의 1인 1역을 서로 도와주겠다며 나서는 우리 반 개구쟁이 녀석들, 칭찬스티커를 건네는 나를 보며 “감사합니다”, 급식실에서 수저를 나눠주는 나를 보며 “감사합니다”를 외치는 우리 반 녀석들.

지난 1년 동안 씩씩하고 건강하게 잘 자란 우리 반 학생들에게 '참 잘 했어요' 도장을 꾹 찍어주고 싶다.

흔히 수확의 계절 하면 가을을 떠올리지만, 우리 교사들에게 수확의 계절은 학년 말이 아닐까 싶다. 교사들의 연구실적 및 수상실적 명단을 처리하는 내 업무의 특성상, 나는 여러 선생님의 수확물(?)을 확인하게 된다. 참으로 많은 선생님이 교사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수업 능력 향상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셨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1년 농사를 더욱 충실히 의미 있게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선생님들이 노력하는지 이 맘 때가 되면 눈으로 확인할 수가 있다. 이런 자극 때문에 나도 올해는 여러 가지 도전을 해 보았다. 수업연구대회도 나가 보고, 교과연구회 활동도 했다. 수업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연수에도 참여하고 대학원에서 상담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모여서 언젠가는 나 또한 '좋은 선생님, 훌륭한 선생님'이 되길 소망하면서. 지난 1년 동안 학생들을 위해 노력한 수많은 선생님에게 '참 잘 했어요' 도장을 꾹꾹 찍어 드리고 싶다.

2012년! 우리에게 주어진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었다. 매일같이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에게 맡긴 일들을 묵묵하게 해냈던 모든 분들에게 지난 1년은 아주 뜻 깊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우리의 지나간 시간은 유수와 같지 않고, 쏜살같지 않다. 정성껏 쌓아올린 돌탑처럼 견고하고, 예술작품처럼 아름답다. 지난 1년 동안 열심히 살아온 모든 분에게도 '참 잘 했어요' 도장을 꾹꾹꾹 예쁘게 찍어 드리고 싶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2.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3. aT, '가루쌀 가공식품' 할인대전 진행
  4. 국립농업박물관, 개관 678일 만에 100만 관람객 돌파
  5.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1. 농림부, 2025년 연구개발 사업 어떤 내용 담겼나
  2. 사회복지법인 신영복지재단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저소득어르신에게 쌀 배분
  3. 제27회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상, 10월 28일 열린다
  4. 해외농업·산림자원 반입 활성화 법 본격 시행
  5. 농촌진흥청, 가을 배추·무 수급 안정화 지원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