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균]사람과 숲이 상생하는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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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균]사람과 숲이 상생하는 숲길

[시사 에세이]김남균 산림청 차장

  • 승인 2012-12-10 16:17
  • 신문게재 2012-12-11 20면
  • 김남균 산림청 차장김남균 산림청 차장
▲ 김남균 산림청 차장
▲ 김남균 산림청 차장
'걷기'가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운동으로, 또 자연 속에서 삶을 즐기는 대표적인 야외휴양 활동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를 뒷받침하듯 여러 정부 부처와 지자체가 전국 곳곳에 많은 길을 만들고 있다. 그야말로 집 밖을 나서면 전국 어디든지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걷는 길이 많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숲길을 체계적으로 만들고 관리할 근거를 마련했다. 국토의 64%가 산지인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길이 숲을 지나가기 때문에 이 법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 법이 낙후된 산촌마을을 숲길의 거점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의 균형발전에도 기여하는 좋은 수단이다.

산림청은 2007년부터 5년에 걸쳐 지리산을 중심으로 주변 3개 도 5개 시·군을 잇는 274㎞의 지리산둘레길을 완성했다. 지리산둘레길은 정상정복 위주의 산행문화에서 벗어나 산 속을 걸으면서 자신을 성찰하고 지역문화를 찬찬히 체험하는 걷기문화가 확산되는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 지역에서 시작된 걷기문화는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면서 새로운 여가문화의 트렌드로 떠올랐고 전국에서 수많은 옛길이 복원되고 새 길이 만들어지는 단초가 됐다. 개인의 건강과 자연환경을 지키면서 탐방지역의 역사·문화를 배우고 즐기려는 수요가 지리산둘레길로 인해 폭증했다고 할 수 있다.

길은 소통의 공간이며 서로의 삶을 이어주는 공간이라고들 한다. 우리나라에는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 보부상이 봇짐을 메고 걷던 길, 과거보러 한양 가던 길 등 많은 옛길이 있었다. 그러나 빠르게 가는 길만을 추구하는 현대문명사회로 들어오면서 그 많던 길이 대부분 사라졌다. 사람들은 잘 걷지도 않게 됐다.

이에 따라 국토 방방곡곡의 아름다운 동식물과 경관을 직접 보고 느낄 기회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걷는 길은 단순히 운동이나 휴양활동이라는 차원을 넘어 걷는 행위를 통해 우리 국토를 직접 느끼게 할 뿐 아니라 낙후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등 자연스럽게 국민통합이 이루어지게 만드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산림청은 숲길로 국토를 하나로 이을 수 있도록 지리산둘레길 이외에도 백두대간·서부종단·남부횡단·DMZ·낙동정맥의 5대 트레일을 기본 노선을 정하고 숲길 네트워크를 한땀 한땀 만들어 가고 있다.

올해 지리산둘레길을 이용한 사람은 연인원 40여 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만한 규모라면 인근지역에서만 약 22억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한 몫 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뿐 아니다. 숲길을 걸으면 긴장감과 우울감이 완화되고 인지능력이 향상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또 스트레스와 피로지수 등도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청소년의 인성개발 및 폭력 등의 다양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좋은 인프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성숙하지 못한 이용윤리로 인한 문제점도 많다. 농작물 훼손에 따른 갈등, 보전과 이용에 대한 견해차이, 운영·관리를 둘러싼 이해관계 충돌 등 다양한 문제가 있다. 이는 이용자와 지역주민, NGO, 관련부서가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해 이를 해결할 필요가 있는데 지리산둘레길은 이러한 면에서도 그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숲길은 건강을 지켜주고 치유를 돕는 공간이다. 숲길이 소통과 문화의 장이 되고, 청소년의 호연지기를 키워 학교폭력과 인터넷중독을 예방하는 치료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온 숨 가쁜 여정에서 훼손된 사람과 자연의 가치를 회복하고, 사람과 숲이 상생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숲길이 선도적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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