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둔산우체국 집배원 봉사동아리인 '사랑의 달구지' 회원들이 10년째 이웃봉사를 펼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
일회성, 단편적일 수 있는 금전적 봉사를 넘어 생활 속에서 가족처럼 다가서는 가슴 따뜻한 봉사를 펼치기 때문이다.
가을 들녘의 풍성함을 한가득 실어나르는 누렁소의 우직함을 닮아 우체국 내에서는 누렁소 동아리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의 봉사는 2002년 7월 대전둔산우체국이 개국하면서 이심전심으로 시작됐다.
지역민과 동고동락하는 집배원으로서 11명의 회원이 10년째 활동 중이다.
총무 강원주(41) 집배원은 “초기에는 지역 사정에 밝지 않아 매월 회비를 모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는 등 금전적 지원에 머물렀지만 매일 같은 길을 다니다 보니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이 보였다”며 “이제는 가족처럼 지내면서 생활 속에서 도움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3년 전부터는 박은식(47) 집배원을 통해 지하 단칸방에서 거동이 어려운 할머니, 초등학생 동생과 지내는 A(18)군의 딱한 사정을 알고 틈틈이 쌀과 생필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오래된 장판과 도배는 물론 또래 친구들처럼 학원 등록도 해주고 아버지 때론 삼촌 같은 역할을 마다치 않고 있다.
이들의 봉사는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A군이 방황할 때 가족처럼 다독여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기도 했다.
집배원들은 자신들이 더 보살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고민에 빠졌던 날도 부지기수다.
달구지 회장 박경용(47) 집배원은 “생판 남이지만 정을 느끼다 보니 친조카처럼 대하게 됐고, 잘 성장해주길 바라는 욕심이 생겼었다”며 “하지만 A군이 정말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속마음을 알게 된 이후 욕심이 사라졌다”며 “이제는 대학 진학에 필요한 등록금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온종일 거리에서 우편물과 씨름하며 몸과 마음이 얼어붙을 법하지만 사랑의 달구지 집배원들은 소박하지만 우직한 사랑의 온기를 매일 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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