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 |
최근 건설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지만 구조적 변화와 패러다임의 변화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목소리에 대한 배경은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발전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동안 국내 건설산업의 발전은 수요 의존적이고 양적성장 추구에 주력해왔다. 국토개발과 경제성장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1960년 이후 건설시장은 수요증가에 의존하는 양적성장 위주의 발전을 가져왔다. 이러한 양적성장 추세는 외환위기 이후에도 주택사업의 호황과 고속철도건설, 새만금사업 등 대형 국책사업추진으로 이어졌다.
이런 양적성장과 함께 건설산업은 국가경제에 커다란 기여를 해왔다.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경제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제조업보다 건설업은 생산유발효과나 고용유발효과가 더 크다는 사실이 입증해준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국가경제성장과 국민복지 향상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일조를 했다. 나아가 해외시장에서 외화를 획득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수출 산업으로서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런데 건설산업의 결정적 위기를 가져왔던 것은 2008년 발생된 미국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로 촉발된 세계적 금융위기였다. 그동안의 양적성장을 주도했던 부동산시장 침체로 유동성 악화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이 커지게 되고, SOC투자 감소로 인한 민간투자사업이 위축되었다. 지금까지 건설산업의 성장을 주도했던 수요의존적이고 양적성장의 기조에서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최근 중소 건설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업체들이 느끼는 애로사항은 공사발주 감소, 과도한 입찰경쟁, 낙찰제도 변별력 미흡, 저가 출혈 수주, 고정비용 부담, 적정공사비 미확보 순으로 조사되었다. 맞는 얘기다. 건설업체들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최저가 낙찰제도와 발주시스템에 대한 비합리적 제도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경기침체로 주택시장과 건설시장이 위축되어 공사발주가 줄어들게 되었지만, 그동안의 양적팽창에 대한 기대로 건설업체수는 증가되면서 과도한 입찰경쟁이 생기게 된 것이다.
지금은 과거의 건설시장에 대한 인식이 변해야 한다. 건설시장은 국가경제로부터 발생하는 건설투자 수요에 부응하는 시장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과거 10% 전후에서 이제 3%대로 낮아졌고 향후에는 더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저성장시대에 접어들면서 양적성장은 한계에 왔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수요 의존적이고 양적으로 팽창하는 시대를 다시 맞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건설산업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수요 의존적이고 양적성장에서 벗어나 수요 창출적이고 질적성장을 가져와야 한다. 유럽발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 지속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가운데 인구구조의 변화, 지구환경 변화, 기술혁신 및 융합 등 사회적 트렌드 변화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건설산업 스스로 미래 건설수요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건설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한 방향성은 두 가지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첫째는 기술융합을 통한 산업의 첨단화분야다. 정보통신, 나노공학, 바이오 등의 첨단 산업을 건설산업과 융합하는 것이다. 둘째는 생태, 환경, 에너지 등과 연관된 지속가능한 녹색성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건설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맞는 미래 성장동력을 구축하는 미래 건설산업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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