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나의 PS 파트너'는 잘못 연결된 전화 한통으로 시작된 두 남녀의 대담하고 발칙한 '19금' 사랑이야기다. 제목의 'PS'는 편지의 말미에 덧붙여 쓰는 '추신(Postclipt)'이 아니다. '폰 스캔들(Phone scandal)'이다. 쉽게 표현하면 '야한 전화'다.
윤정(김아중)은 사랑보다 일이 먼저인 애인(강경준)의 애정이 시들해진듯해 냉가슴을 앓는 여자다. 윤정은 애인의 가슴에 불을 지피려 깜짝이벤트로 '야한 전화'를 거는데 웬걸, 번호를 잘못 누르는 바람에 엉뚱한 사람과 연결된다. 전화를 받은 남자는 현승(지성). 7년을 만난 여자친구 소연(신소율)과 헤어지고 실의에 빠진 남자다. 뭔가 허전한 두 사람의 기묘한 관계가 시작된다.
컨셉트가 '19금 연애'이니 관심은 노출 수위와 이색소재인 '폰섹스'가 얼마나 야릇할지에 쏠린다. 시각보다는 청각을 자극한다. 사실 폰섹스는 두 차례 정도에 그친다. 나머지를 책임지는 것은 'Y'담과 야한 대사들이다. 민망하고 대담한 대사들이 귀를 자극하고 웃음을 책임진다.
배우들은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연기를 넘치지 않게 보여주고 영화는 이를 영리하게 활용한다. 김아중은 늘씬한 다리와 야릇한 목소리, 가수 뺨치는 노래 솜씨로 남심을 훔치고, 반듯한 이미지의 지성은 철저하게 망가져 호흡을 맞춘다.
변성현 감독은 “뻔하거나 유치하지 않은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야기를 놓고 보면 새로울 게 없다. 티격태격하다 정들고 오해하다가 멀어지는 것은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 남자가 여자를 위해 '러브송'을 만들고 “사랑한다”는 고백과 함께 불러준다든지, 여자를 무시하는 친구에게 대신 복수한다든지, 남자가 눈물 흘릴 땐 여자가 따뜻하게 보듬는 장면들은 이미 여러 차례 보아온 익숙한 장면이다. '뻔한' 로맨틱 코미디라는 얘기다.
섹시 코드로 차별화하지 않았느냐고? 사실 '나의 PS 파트너' 힘은 이 '뻔한' 데서 나온다. '뻔하다'는 건 그만큼 검증됐다는 뜻이다. 문제는 전형적이고 상투적인 전개를 얼마나 잘 다듬어내느냐다. 관객들이 이 발칙한 영화에 공감한다면 그것은 영화가 로맨틱 코미디의 장치와 공식을 그야말로 잘 다듬어냈기 때문이다. '나의 PS 파트너'는 그런 점에서 성공적이다.
'19금'은 낚시일 수 있다. '섹시함'이 돋보여야 할 영화에서 주연들이 뭉클한 로맨스에만 매달리는 것만 봐도 그렇다. 전작 '청춘그루브'에서 젊은이들의 꿈과 좌절을 순도 높게 담아내 좋은 평가를 받았던 변성현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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