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私學) 그 뿌리를 찾아가다] 8. 행촌학원

[사학(私學) 그 뿌리를 찾아가다] 8. 행촌학원

설립자 고 손기철씨 15살부터 직업전선… 배우지 못한 설움, 가슴 한켠 남아있어 '교육터전 마련' 육영사업 꿈 향한 전진… 1966년 대전동산중ㆍ고교 설립 첫 출발

  • 승인 2012-12-05 14:16
  • 신문게재 2012-12-06 13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사학(私學) 그 뿌리를 찾아가다] 8. 행촌학원

▲ 대전동산고등학교 전경.
▲ 대전동산고등학교 전경.
#자전거를 만나다

첫 시작은 자전거였다. 그가 일어설 수 있었던 무기는 자전거였다. 비록, 일본인이 경영하는 자전거 상회였지만, 처절하게 가난했던 그에게는 오직 살아남을 수 있는 희망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자전거를 만나진 않았다.

1919년 대덕군 북면 문평리(지금의 신탄진 등)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난 고 행촌(杏村) 손기철(孫基喆) 설립자도 당시 대부분이 그랬듯이 보통학교(지금의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등록금이 없어 더 이상 학교에 갈 수 없었다.

집안 어른의 소개로 현재 대전동산중학교 자리에 있었던 당시 충남농업기술시험장에 갔다. 직원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갓 보통학교를 졸업한 그는 경험도 없고, 자격도 없다는 이유로 입사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대전역 앞을 지나다가 일본인이 경영하는 조그만 자전거 상회에 붙은 직원 모집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아무 조건도 따지지 않았다. 그때가 15세였다.

#자전거 사업에 뛰어들다

8ㆍ15 해방과 동시에 일본인이 물러가면서 자전거 점포를 인수했다. '대전자전차상공상'이라는 간판으로 개업하며 사업에 전념했다. 당시만 해도 자전거는 주요 이동수단이었다. 사업은 당연히 번창했다. 대전자전차상공업회장과 전국자전차조합회 충남도 지부장까지 오를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서울에 대원자전차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전국 자전차도매상협회 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사업가로서 성공을 이뤄냈다.

자전거 사업에 성공한 고 손기철 설립자가 시작한 또 하나의 사업은 버스회사였다. 삼천리자전거 총판을 정리하고 계룡버스를 인수했다.

#유등천 행촌골에 교육 터전을 세우다

▲ 손영화<사진 왼쪽> 이사장과 한권석 대전동산중 교장이 교정을 거닐며 학교 발전 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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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영화<사진 왼쪽> 이사장과 한권석 대전동산중 교장이 교정을 거닐며 학교 발전 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행촌은 배우지 못한 설움을 잊지 않았다. 지독하리만큼 부지런히 사업에 전념한 것도 이런 이유라 할 수 있다. 그의 마지막 꿈은 배움의 터전을 만드는 것이었다.

동구 정동에 대전 농업학교가 있었다. 집안 어른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경영난으로 어렵다고 운영을 제의해와 이 학교를 인수하게 됐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대전농업학교는 지금의 삼성동 파출소 옆으로, 부지가 좁아 더 이상 학교를 확장할 수 없었다. 그래서 찾아낸 곳이 바로 충남농업기술시험장이었다.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행촌이 퇴짜를 맞았던 바로 그곳이다. 서대전역 옆 유등천 행촌골, 현재의 대전동산중 자리다.

배우지 못한 한이 육영사업으로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드디어 유등천 행촌골에 대전농업학교가 태동하게 된 것이다. 당시 대전농업학교의 진입로 가로수는 은행나무가 많고 고목였다. 그래서 그 뒤부터 손기철 선생의 호가 행촌(杏村ㆍ은행나무 杏, 마을 村 )으로 불렸다.

#명문 사학을 꿈꾸다

학교법인 행촌학원이 설립인가를 받은 때는 1966년 11월 19일이다. 현 대전동산중ㆍ고교 학교부지(2만3374㎡)를 비롯해 개인재산인 토지와 건물을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출연해 설립했다. 1966년 12월 대전동산중은 9학급으로 시작했다. 1978년 11월에는 대전동일고등학교를 인가받았다. 이어 1983년 3월 1일 대전동산고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했다. 처음부터 동산고를 하려 했지만, 인천에 같은 교명이 있다는 이유로 동일고로 시작했다가, '대전동산고'라는 교명이 가능하다는 결정에 따라 변경된 것이다.

설립자인 행촌은 1994년까지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작고한 뒤로 1995년부터 아들인 손영화(56) 현 이사장이 대를 이어오고 있다. 보문고, 단국대 출신인 손 이사장은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1999년 행촌체육관을 건립하고, 고교 특별실 및 중학교 특별실을 증축했다. 2011년에는 학생들이 동시에 급식할 수 있는 학생식당 행촌관(4층)을 건립하는 등 교육환경개선에 주력했다.

#말단직원에서 이사장까지 오르다

물론, 처음에는 학교경영을 생각하지 않았다.

▲ 손영화 이사장이 행촌학원 설립에서부터 현재까지 이르는 오랜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손영화 이사장이 행촌학원 설립에서부터 현재까지 이르는 오랜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 이사장은 금융분야 관심이 있어 1980년대 부친이 운영하던 상호신용금고에서 일하려 했다.

하지만, 금고 내부의 갈등으로 결국 금고가 파산하게 되면서, 학교 서무과 말단 직원에서부터 시작해 현재 이사장까지 올랐다. 손 이사장은 보문고 학창시절 탁구부 선수로 활약했던 선수로, 지금도 탁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대전탁구협회장을 역임하고 2006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중ㆍ고등학교 탁구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또 사립학교 발전을 위해 사단법인 한국사립초ㆍ중ㆍ고교 법인협의회 대전시회장을 9년째 맡고 있다.

특히, 손 이사장은 '로타리맨'으로 유명하다. 2004년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를 역임했고, 현재도 해마다 기부우수자 로타리인으로 봉사하고 있다.

#명문사학으로 발돋움 하다

대전동산중은 그동안 1만7982명(43회)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내실있는 학습 지도와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고, 경영하고 있다. 설립자의 뜻을 이어받아 '근면 성실'과 '경애 협동', '창조 개척'을 내세우며 지역 인재 양성소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대전동산고는 31회 졸업과 1만2960명의 동문을 배출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합격률을 비롯한 전국 상위권 순위에 들어갈 정도로 교육성과를 거두고 있다. 학력 향상과 교육을 위해 필요한 대부분의 시설과 환경을 갖추며 명실 공히 지역 명문고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 2012 코리아 굿 스쿨 엑스포에 참가한 대한민국 좋은학교, 과학중점학교, 학교체육활성화학교(창의경영학교)에 지정됐고, 2011년에는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대전시교육청)에 선정되기도 했다.

손 이사장은 “교육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학력과 인성의 균형을 실현하는 사학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공교육의 한 축인 사학에 대한 인식과 평가를 바꿀 수 있는 행촌이 되겠다”고 말했다.

대담=오주영 문화부장ㆍ정리=윤희진ㆍ사진=손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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