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선진화 반대' 철도노조원 무죄

“정치 목적의 파업 아니다” 대전지법, 검찰 항소 기각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반대하며 준법투쟁을 벌이다 기소된 철도공사 노조원들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인정됐다.

대전지방법원 제3형사부(재판장 정완)는 2009년 쟁의 행위 과정에서 공사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철도공사 노조원 22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이 사건의 쟁의행위는 단체협약 및 임금교섭에서의 노사 간 의견 불일치가 협상을 통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예정하는 절차를 거쳐 행해진 통상의 쟁의행위”라며 “소극적인 근로제공 거부만 있었을 뿐 폭력적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필수유지업무제도도 준수됐기에 쟁의행위가 사용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에 해당한다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공기업선진화 등은 경영에 관한 사항으로 쟁의행위의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기소 및 항소 이유에 대해 “정원감축 등으로 하는 철도선진화정책과 구조조정 철회, 해고자 복직 등은 직ㆍ간접적으로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과 관련된 사항으로 사용자가 전혀 처분권을 가질 수 없는 정치적 목적의 파업과는 성질을 달리한다”고 판시하며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순수한 정치적 목적의 파업이 아닌 이상 사용자인 공사는 쟁의행위의 발생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라며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이는 사업장 자체의 성격에서 기인한 것일 뿐 전격적인 쟁위행위를 예견하거나 대처할 수 없어 생긴 손해라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사후적으로 평가해 쟁의행위 절차상 어떤 하자가 발견됐다 하더라도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를 모두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되는 단체행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항소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1심 재판부도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이 성실한 단체교섭 촉구와 임금체계 개선 등 근로조건의 유지와 개선에 관련된 것으로, 일부 경영사항에 관한 내용이 목적에 포함돼 있더라도 이를 주된 목적으로 볼 수 없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모두 무죄를 선고,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줬었다.

이종섭 기자 nom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