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훈]한의학도 이젠 통계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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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훈]한의학도 이젠 통계로 본다

[사이언스 칼럼]구기훈 한의학연구원 연구정책팀장

  • 승인 2012-12-03 15:03
  • 신문게재 2012-12-04 21면
  • 구기훈구기훈
▲ 구기훈 한의학연구원 연구정책팀장
▲ 구기훈 한의학연구원 연구정책팀장
통계란 수와 양을 통해 법칙을 찾아내고 미래를 예측하는데 쓰인다. 문제점을 찾아내서 시행착오를 줄이기도 하고 위험도를 낮춰주기도 한다. 과거를 돌아보면서 세운 미래에 대한 슬기로운 계획은 정확한 통계에 기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시기에 통계를 더욱 더 중요하다.

얼마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국내 한의약 시장 규모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한의약 산업의 시장규모는 약 7조5000억여 원(농림부 통계의 농업부문을 포함하면 약 10조원)이며, 종사자수는 8만5000여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어떤 산업분야의 육성정책을 수립할 때 시장규모를 비롯한 정확한 통계가 바탕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의약 산업 분야는 시장규모에 대한 보고서 등이 발표돼도 일회성에 그쳤거나, 대상으로 삼은 산업군이 달라 정확한 시장규모 예측이 어려운 점이 있었다.

이러한 아쉬움을 갖고 있던 차에, 2011년 시장조사 방법론 구축을 시작으로 한의약 시장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으며, 올해 첫 시장조사 결과가 나오게 된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한의약 시장조사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한국표준산업분류를 활용하여 한의약 산업에 대한 분류기준을 잡고, 전체 모집단이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지 파악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에 앞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 조사 대상을 명확히 하는 부분인데, 특히, 1, 2, 3차 산업이 모두 포함되고, 최근에 한의학 전통지식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한의학 관련 산업의 특성을 반영하기에 적합한 기준이 필요했다.

이에 대한 고민 끝에 이번 시장조사에서는 통계청의 표준산업분류 세부분류 항목을 토대로 하여 한의약 산업 범위를 설정하고 통계분류체계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기존의 한방의료 관련 보건업종과, 한약제제 제조업 외에도 인삼식품, 한방음료, 한방 의료기기 제조업, 한방 세제 및 화장품 제조업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사전조사를 통해 제조업과 보건업에 해당되는 모집단을 선정하여 총 2만7016개 모집단을 확정했는데, 관련 업체수가 조사된 것도 최초일 것이다.(제조업 1만4793개, 보건업 1만2223개)

두 번째로, 한의약 산업의 매출 규모를 실제 조사한 첫 번째 시도라는 점이다. 이번 시장조사는 해당되는 사업체를 직접 방문해 조사표를 작성하는 경제총조사 방식을 활용하여 시도 되었는데, 이러한 방식을 채택한 시장조사는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이에 따른 업종별 사장규모를 보면 한방병원, 한의원 등 보건업이 전체 매출액의 절반에 육박하는 3조6784억원에 달했고, 제조업은 3조6261억 원, 도매업은 2748억 원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 종사자수는 보건업이 4만2433명, 제조업이 4만992명, 도매업이 168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세 번째로는 위의 두가지 방식이 정립되면서 앞으로 정기적인 조사를 통해 시계열적인 분석이 가능하도록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한의약 산업 육성에 대한 장기적 비전제시 및 정책개발, 한의약 산업관련 정책의 평가, 지역 및 국가 간 비교 자료로의 활용 등 다양하게 조사결과가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아직까지 부족한 점은 있을 것이다. 새로운 한의약 관련 산업군이 계속 출현하면서 이를 한의약산업 분류체계에 어떻게 담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고, 조사항목들도 추가로 개발해서 좀 더 다각적인 분석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도 있다. 첫 시도이다 보니 면접조사를 하는 과정에서도 예상치 못한 애로점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있는 첫발은 이미 디뎌진 것이라고 판단한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이번 조사과정에서의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여 한의약 산업 분야의 국가승인통계에 등록되도록 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한의약 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 수립에 활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자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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