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규]기업경영, 느림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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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규]기업경영, 느림의 미학

[경제칼럼]김범규 중소기업진흥공단 대전지역본부장

  • 승인 2012-12-02 13:43
  • 신문게재 2012-12-03 21면
  • 김범규 중소기업진흥공단 대전지역본부장김범규 중소기업진흥공단 대전지역본부장
▲ 김범규 중소기업진흥공단 대전지역본부장
▲ 김범규 중소기업진흥공단 대전지역본부장
세계 축구를 선도하는 축구 강국 중에는 여러 나라가 있지만, 그 중 아르헨티나에는 후안 로만 리켈메라는 선수가 있다. 비록 지금은 국가대표에서는 은퇴했지만, 아르헨티나 축구의 미드필드를 책임지며 한때는 아르헨티나를 FIFA 랭킹 2위까지 올려놓은 유능한 선수중 한 명이다. 수비진을 농락하는 개인기와 감각적인 터치, 공간을 만들어내는 능력. 그런데 이 선수의 경기를 보면 다른 선수들과는 사뭇 다른 점이 있다. 공을 받으면 여유롭다 못해 느긋한 몸동작으로 천천히 템포를 죽이며 경기 흐름을 조율하고, 주위의 여러 선수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드리블하다 유효슈팅 지역의 최전방 선수에게 원스톱 킬 패스를 한다. 이러한 이 선수의 플레이를 두고 지칭하는 애칭이 있다. '느림의 미학' 비록 몸동작은 느리지만, 이 선수의 움직임으로 인해 이루어내는 결과가 참으로 아름답다는 것이다. 느리지만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그의 몸짓 하나하나. 기업경영에도 이러한 느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예비창업자 또는 창업을 한 지 얼마 안 된 이들에게 성공에 대해 질문을 하면 대부분이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가능한 한 빨리 코스닥에 상장, 중견기업으로 거듭나 이름만 들으면 알아주는 큰 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 말이 틀린 말은 아니며 이렇게 된다면 또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기업도 살아있는 생물체 같아서 큰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기업이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이 제자리에 잡히고 유기적으로 결합해 선순환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누가 요즘 자기 돈 가지고 경영합니까? 은행이나 기관에서 융자받고 투자받고 그렇게 해서 하는거지.” 은행, 기관으로부터 융자받고 투자받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사업운영을 위해서는 본인의 돈은 조금만 있어도 된다는 생각은 기업경영을 위한 책임감을 저해시키고 신용불량자를 양산시키는 근원이 된다.

좋은 사업아이템이라면 본인의 시드머니로 작게 출발해 살을 붙여가며 기업으로 키워가는 재미와 성취감을 맛볼 의향은 없는가? 단계단계 밟아가며 쌓여가는 사장의 노하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필요한 것은 자금만이 아니다. 조직 안에서 부서 간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려면 체계적인 조직체계가 구성돼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창업 초기에서부터 성장기, 성숙기 등을 거치며 만들어졌다가 없어졌다 하면서 조직은 발전하게 된다. 그 조직에 적합한 모델로, 조직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구성원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며 결속력 있게 정립되어 가는 것이다. 이렇게 변모한 조직이 대내외의 풍파에 금세 무너질 수 있을까?

조직 시스템 안에는 움직이며 기업가치를 생산해 내는 인적자원이 있다. '사람이 재산이다' 라는 모그룹 광고 카피문구처럼 인적자산은 기업에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원이다. 요즘 기업 간 이직을 알선해 주는 헤드헌팅이 성행하고 있다. 본인의 능력에 걸맞은 좋은 보수와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은 마땅하고 환영할만한 일이다. 다만, 기업의 입장에서 헤드헌팅으로 들어온 그 직원이 과연 사장의 깊은 마음까지 헤아릴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사장의 고민과 근심, 애달픈 마음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말이다.

기업의 발전 속도가 느리다고 걱정하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울 필요는 없다. 더디지만, 그 과정 속에서 충분히 문제점을 인식하고 변화시키고자 노력한다면 그것만으로 족하다. 그 속에서 기업은 환경에 맞는 체질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빠른 성장으로 어느새 중견기업의 반열에 올라가 있는 기업들. 물론, 부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기업은 IMF 외환위기, 미국의 부동산 경기 하락, 유가폭등, 유럽발 경제위기 속에서 체질을 강건히 하고 있는 중이다.

대제국 로마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줄리어스 시저로부터 시작한 로마의 황금기 뒤에는 부족국가로 시작해 환난과 핍박을 받은 700여 년의 역사가 있다. 멸망 이후에도 유럽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친 위대한 제국 로마, 그 이면에 그렇게 긴 시간이 있었음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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