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음치' 동주(박하선). 짝사랑 민수가 친구 보라가 부르는 '꽃밭에서'를 듣고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자 오로지 민수의 마음을 얻을 생각에 덜컥 친구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겠다고 약속한다. 저질러 놓았지만 걱정이 아닐 수 없고, 이왕 짝사랑 앞에서 노래를 잘 부르고픈 마음에 동주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지도를 한다는 음치클리닉을 찾아간다. 웃음은 박하선이 안쓰러울 지경으로 망가지는 데서 터진다. 폭소급 음치야 캐릭터이니 그러려니 치자. 지하철에서 잠들어 옆 사람 손에 침 흘리기, 술 먹고 다른 사람 얼굴에 토하기, 하이힐 벗어 들고 예식장까지 달리기…, 대책 없이 망가진다. 하지만 어쩌랴. 그녀의 필살애교에 녹아버린 사내들 눈에는 그저 깜찍하고 귀엽고, 망가지는 모습마저 사랑스러우니….
음치클리닉의 '스타강사' 신홍도 빠져들었다. 티격태격하다가 어느 새 가까워지는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을 보여준다. 신홍 역의 윤상현은 슬리퍼를 질질 끌고 다니는 지질한 모습에서 후반부 콘서트 장면에서는 발군의 노래실력을 뽐내는 반전매력을 선사한다.
음치클리닉 원장 박철민, 김해숙과 장광 등 묵직한 명품 조연을 비롯해 송새벽, 안내상, 백두산, '위대한 탄생'의 백청강, 김준호, 이창명, 메이슨 형제까지 화려한 카메오들이 웃음과 노래를 보탠다. 노래방이 지천인 세상이지만 극에서처럼 마이크만 잡으면 말더듬이가 되는 사장님, 특전사 장교 출신이지만 노래를 부를라치면 소심해지는 주부, 음치 박치 몸치를 자랑(?)하는 여중생이 어찌 없을까. '음치클리닉'을 보고 나면 그런 두려움 싹 잊고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얻을 것 같다. 각종 모임이 많은 연말연시가 코앞이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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