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교]지방의회는 시민에게 진정한 을(乙)이고 싶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곽영교]지방의회는 시민에게 진정한 을(乙)이고 싶다

[논단]곽영교 대전시의회 의장

  • 승인 2012-11-29 14:13
  • 신문게재 2012-11-30 20면
  • 곽영교 대전시의회 의장곽영교 대전시의회 의장
▲ 곽영교 대전시의회 의장
▲ 곽영교 대전시의회 의장
국가경영전략연구원에서는 젊은이의 소리를 듣기 위해 국내외 대학생으로 구성된 칼럼 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에게 지난 8월 '대통령은 □ 다'라고 물었다. 그 결과 1위를 차지한 대답은 '대통령은 을(乙)이다'였다. 사람이 모이고 관계가 형성되면 갑(甲)과 을(乙)은 반드시 발생한다. 그리고 누구나 갑(甲)이고 싶어 하는 건 당연지사다.

하지만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필자를 포함, 지방의회 의원 모두는 을(乙)의 마음가짐으로 시민 앞에 선다. 시민에게 만큼은 진정한 을이고 싶은 게 의원들의 바람이다.

그럼 시민에게 진정한 을(乙)이 되기 위한 기본적 여건은 어떠한가, 시민을 위할 수 있는 권한과 재정은 충분한가, 시정을 적절히 견제할 구조는 갖추고 있는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등.

생각이 이쯤 다다르면 필자는 답답함에 빠지고 만다. 모두 중앙, 지자체, 국회 등과 얽혀 진정 시민의 을(乙)이고자 하는 지방의원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우선 권한과 재정이 어디에 집중되어 있는지를 살펴보자. 자치사무 비율 20%, 국세와 지방세 비율 80대 20이란 수치가 권한과 재정이 중앙에 집중되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2할 자치'라는 불명예스런 별칭도 생겨났다.

해마다 의원들은 한 푼의 국비라도 더 가져다가 시민을 위한 살림에 쓰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지방의 살림은 여전히 팍팍하기만 하다. 이는 지방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중앙의 일방적 복지정책 추진도 이유겠지만, 조세에서 차지하는 높은 국비 비율이 근본적 문제인 것이다.

한마디로 지방이 시민들을 위해 쓸 권한과 재정이 부족하다.

그런데 더욱 답답한 현실은 내부에 있다. 지방의회 본연의 기능은 지자체에 대한 견제와 감시다. 즉, 의회와 지자체는 '행복한 시민'이란 섬으로 가기 위해 한 배에 타 함께 노를 젓고 있다. 노 젓기의 기본은 당연 힘의 균형이다. 힘의 균형 없는 노 젓기는 엉뚱한 방향으로 갈 여지를 남긴다.

그런데 의회와 함께 할 직원들을 지자체장이 결정한다. 바로 의원이 견제해야 할 곳에서 정해준 사람과 의원들이 일하고 있는 웃지 못 할 촌극이 지방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만 봐도 의회직원에 대한 인사권은 의장의 몫이다. 이를 기반으로 의장은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의정을 추진한다. 하지만 우리 지방의회는 업무의 전문성과 연속성은 차치하고라도, 제대로 견제조차 할 수 없는 구조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비단 구조적 문제만이 아니다. 9대 0이라는 숫자가 말해주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9대 0, 이는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정책보좌관 수다. 즉, 국회의원이 9명의 전문보좌관과 국정활동을 펼칠 때, 지방의원들은 각종 정책과 예산안 등을 놓고 늦은 밤까지 홀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견제는 의원들이 각종 정책과 예산을 충분히 파악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 전문적이고 폭넓은 의정활동을 도와줄 전문보좌관은 필수다.

단적인 예로, 전국 시도의원이 심의하는 예산 규모가 185조원이다(국가예산 325조원/2012년). 이 큰 돈들이 시민을 위한 적재적소에 사용되고 있는지, 혹여 민선자치단체장의 재선을 위해 사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의원 혼자서 감시하고 있는 것이다. 단 1명의 정책보좌관이 욕심일까? 이쯤에서 반문해 보고자 한다. 어떤 것이 진정으로 시민을 위하는 것인지.

지난 20일 수도 서울에 전국 지방의회의원을 비롯한 3000여명이 모였다. 민주주의가 성숙해지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자치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서였다.

오늘날 시대는 다양성을 요구하고 있다. 사람도 지방도 각자의 색깔에서 나아갈 길을 찾고 미래 먹을거리를 준비한다.

이제 중앙, 지방의회, 지자체가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이라는 공통 목표를 위해 서로 소통하고 조율 할 때다.

대선을 앞둔 거리에는 내년의 변화를 예고하는 현수막들로 가득하다. 다가오는 2013년 오롯이 시민만을 위한 을(乙)로 한해를 보낼 수 있는 변화를 기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2.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