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헌]다시 태어나는 검찰이 되려면

[시론]김두헌 변호사

▲ 김두헌 변호사

최근 연이어 터지는 검찰의 문제에 대해 국민의 한사람이자 법조계에 몸담고 있는 필자로서는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그랜저 검사, 벤츠여검사 사건의 여파가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현직 부장검사가 사건 관련자들로부터 10억 원이 넘는 거액을 받고 구속되었다. 뇌물수수의 액수 또한 놀라운데다가 그 수법 또한 치밀하고 무엇보다 사건 당사자에게 뇌물을 받았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스쿨 출신 새내기 검사가 사건 피의자와 검찰청사에서 성행위를 했다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검찰은 고심 끝에 수뢰죄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죄가 성립되는지 의심된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하였고, 보강증거를 더하여 영장을 재청구한 상황이다. 이에 더 나아가 검찰총장이 함께 테니스를 친 사이라는 재벌총수의 형사사건에서 구형량을 낮추라는 지시를 내린 사실까지 드러나 한마디로 검찰은 쑥대밭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최된 평검사회의 또한 위에서 개최를 지시했다는 기사가 나오는 등 검찰 내부는 방향을 잃은 난파선과 같은 입장이다. 유력한 대선후보들 모두가 검찰개혁을 외치고 있는 상황이므로 새 정권이 들어서면 결국 검찰은 자의든 타의든 간에 개혁의 길로 가야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처해 있다.

사정기관의 최첨병이자 권력기관의 핵심인 검찰이 왜 이지경에까지 오게 되었는가? 아무래도 그 원인은 검찰 그 자체에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독점권, 공소유지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검찰이 그 권한행사에 있어 공평정대한 태도를 갖지 않으면 권한이 남용될 내재적 한계를 갖고 있다. 또한 이와 같은 막강한 검찰권한은 국민으로부터 수권 받은 것이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권한이 행사되었어야 한다. 그런데 현정부 들어 보여준 검찰의 모습은 이러한 점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전 정권과 관련된 사람들의 처리에 있어서는 무죄를 감수하고서도 처절하리만큼 수사를 진행시키고 기소를 한 반면, 현 정권의 실세나 재벌과 관련된 사건에 있어서는 수사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될 정도로 소극적이었다. 이러한 검찰 자체의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야말로 검찰에 대한 불신을 가져온 큰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검찰개혁의 핵심은 무엇일까? 항간에서 논의되는 수사권독립문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도입, 상시특별검사제와 같은 문제는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거쳐 시행여부를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검사들이 아무런 외압이 없이 수사를 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검사들이 마음껏 수사를 하기 어려운 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인사권을 갖고 있는 자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였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법관의 독립에 준하는 준사법기관으로서의 검찰이 인사권에 휘둘리는 관료주의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검찰개혁은 공염불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적어도 검사장급 이상의 인사권은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그리고 지금껏 검찰권한은 법원의 무죄판결 외에는 견제받거나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었다. 따라서 중요사건의 경우 기소단계에서 국민들이 참여하는 기소배심제 등도 검토해볼만 하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검사들 수준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떨어지지 않을 만큼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다수의 평검사들은 묵묵히 사건처리에 전념하고 있다. 그러나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자발적으로 개혁하고 발전시키려 노력해야 할 것이고, 지금 시기는 검찰에게는 위기일 수도 있을 것이지만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곡동 특검을 지낸 이광범 특검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파견 나온 검사들과 수사관들을 극찬하였다. 외압에 휘둘리지 않을 수사환경만 만들어준다면 공평정대한 수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모쪼록 이번 기회에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검찰,공평정대한 검찰이 되길 간절히 바라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