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시 어때요] 생명을 향한 해석의 붓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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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 어때요] 생명을 향한 해석의 붓질

  • 승인 2012-11-28 14:16
  • 신문게재 2012-11-29 11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Blue note,130.3x130.3㎝,Oil on Canvas
Blue note,130.3x130.3㎝,Oil on Canvas
생명을 향한 해석의 붓질

▲이로미 전(30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LH갤러리)= 주로 꽃을 소재로 작품활동을 해온 이 작가가 이번에는 인물을 화폭에 담았다. 흙이 사람이 되기 위해 신의 숨결이 필요했던 것처럼 작가는 자기만의 시각과 해석의 붓질로 그들에게 숨을 불어 넣었다. 작가는 언제나 대상들을 관찰하고 화실에서 혹은 달리는 버스 안에서 인물에 대한 아름다운 모습을 포착했다. 이런 그리는 대상에 대한 천착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그리는 대상과 나의 밀접한 교류가 통해야 하고 대상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건조하고 생명력이 부족한 그림이 된다. 인물에 대한 내면을 읽어 표현해,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 넣기 위해 치밀하고 민감한 작업을 했다. 그저 단순하게 닮게 그리는 것이 아닌 세월을 살아본 사람들의 모습을 그림에서 나름의 느낌을 받고 담아냈다. 계속 무수한 붓질과 캔버스와 시간들을 폐기해야 하는 지루한 아픔들이 반복되더라도 또 다른 그와 그녀들을 마주하고 이 작가만의 붓질로 그들을 표현하고 있다.

기억의 단편은 작품이 되고…

▲이재규 전(다음달 6일부터 12일까지, 이공갤러리)=팝아트 작업을 해온 이재규 작가가 5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 이 작가의 최근 작업은 의문과 함께 시작됐다. 절대 사라지지 않을 깊은 상처로 각인되어버린 과거, 혹은 떠올리기만 해도 평온한 몽상에 취할 만큼 흐뭇했던 기억의 단편들이 모두 작품에 담겼다. 드럼이 담긴 작품은 이 작가가 어린 시절 록 밴드 활동을 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작업했으며, 아버지의 타자기 작품은 영어 선생님이었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려 작품에 담았다. 이처럼 이 작가는 어릴 적 추억과 향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한 무대로 삼고 그 위로 떠오르는 기하추상적인 이미지로 여실히 들어내 보이고 있다. 이재규 작가는 “잠시나마 숨 막히는 현실에서 벗어나 삶을 긍정하는 색채들과 공간의 극단 사이를 오가는 진폭의 경계선 상에 서서 시지각적 유희를 즐겨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 자연과 인간, 391.0x162.0㎝, 2012
▲ 자연과 인간, 391.0x162.0㎝, 2012
중첩과 관입… 자연과 인간의 스며듦

▲백향기 전(다음달 5일까지, 모리스갤러리)= 주로 꽃을 소재로 자연의 통합성을 표현해 온 백향기 작가가 화집발간기념 전시회를 연다. 오랫동안 백 작가는 자연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그의 작품은 인간과 자연이 하나의 화폭에서 서로 중첩하고 관입하면서 꽃과 이파리, 줄기, 흙과 모래들이 인간의 실루엣을 형성한다. 작품속에는 인간의 인체가 스며져 있어서 이들이 서로 관입하고 중첩하면서 인간과 자연이 통합적인 세계를 이루어 내는 이미지를 포착할 수 있다. 화면을 이루는 자연의 각 요소들은 윤곽이 뚜렷하지 않으며 경계가 모호하고 미정의된 공간들이 서로 관입하는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꽃이 반구상화하는 표현상의 문제뿐 아니라 그 속에 담겨 있는 총체성의 회복이라는 지속적인 탐구를 느낄 수 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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