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명렬] 하늘에서 내려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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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명렬] 하늘에서 내려준 사람들

[NGO소리]류명렬 대전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12-11-28 14:16
  • 신문게재 2012-11-29 20면
  • 류명렬 대전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류명렬 대전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
지난 주말 목적하지 않고 텔레비전을 보았는데, 우연히 EBS에서 학교와 청소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경기도 부천에 있는 한 실업고등학교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이야기였다. 전교생이 100명 정도 되는 그 학교의 아이들은 '잘난 아이들'이란 제목과는 달리, 이 시대의 기준에서 보면, 잘난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아이들이었다. 문제가 있어서 다른 학교에서 잘려서 그 학교에 왔고, 혹은 자신이 벌지 않으면, 학교를 다닐 수 없는 형편의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잘 통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그런 아이들과 함께 기숙사에서 웃고, 눈물을 흘리며 씨름하는 선생님들이 있었다. 그 중에 아이들의 생활을 지도하는 40대 남자 선생님의 이야기가 가슴에 남았다. “나는 아이들이 확 변하는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단지 1학년 때 선생님 앞에서 담배 물고 있는 아이들이, 2학년이 되면 선생님 앞에서 담배를 숨기고, 3학년이 되면 선생님 앞에서 담배를 끄는 정도의 변화죠! 그 정도면 감사합니다.” 정말 소박하지만 옳은 말이었다. 부모가 없어 혼자 벌어서 생활하면서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에게 PD가 물었다.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 학교에 다니고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 부럽지 않아요?” 그 학생의 대답이 “부럽죠! 부모님의 도움으로 공부를 하는 것보다 엄마, 아빠가 있다는 그 자체가 더 부럽죠!”

우리는 어쩌면 우리 주변에 있는 아내와 남편, 부모와 자식, 그리고 이웃과 친구들에게 너무도 많은 것을 기대하고, 요구하면서 그것이 채워지지 않는다고 감사하지 않으면서 살지 않는가! 그 선생님의 말처럼, 그 학생의 말처럼, 단지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해 하고, 작은 변화에도 감사해야 하는데, 엄청난 고지서를 들이대면서, 빨리 해결하라고 독촉하고, 그것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비난하고 불평하지 않는가? 고등학교 1학년인 내 아들은 착한 아이다. 객관적으로 봐도 괜찮은 아이다. 단 내가 원하는 만큼의 공부를 해 주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 경쟁사회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나는 공부를 강요하고, 아이는 힘들어한다. 큰 소리도 지르고 험상궂은 얼굴도 지어봤다. 그러다 깨달은 것이 있다. '이러다가 부모자식 간에 의 상하겠다!' 내 욕심에 의한 강요라고 생각한다.

성경에 보면, 모세의 인도로 이집트의 탈출에 성공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40년을 유랑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그들은 여호와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인도하심 가운데 살았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은 언제나 원망과 불평이었다. 하나님이 자신들에게 주신 것에 대한 감사보다, 언제나 없는 것만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그들이, 길을 조금 우회(迂回)하게 되었는데, 그 길을 조금 돌아가는 것 때문에 하나님과 지도자 모세를 원망하기 시작한다. “왜 우리를 이집트에서 탈출하게 만들어 이곳에서 고생하게 하느냐! 이곳에는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하찮은 음식 뿐이다!” 그들은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 가운데 채찍에 맞아 신음하던 자신들을 구원한 하나님에 대해서, 또 하나님이 내려 주신 떡 '만나'에 대해서 '이 하찮은 음식'이라 불평한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이 있으면, 아무리 하찮은 것도 '귀한 것'이 되지만, 아무리 좋은 것이 주어져도 감사하는 마음이 없으면 그것은 '하찮은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그리고 친구와 이웃은 하나님이 내려주신 사람들이다. 그들은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니다. 그들이 있다는 존재 그 자체가 감사고, 그들의 작은 변화가 감사의 조건이 아닐까 한다. 나는 엄밀한 의미에서 자수성가(自手成家)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있게 한 누군가가 있었기에 그런 성공이 있는 것이다. 주변의 사람들을 다시 보고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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