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던 시절에는 늘 아내가 밥을 샀고, 경제적 깜냥이 매우 맛장수(아무런 멋이나 재미 없이 싱거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에 다름 아니었는데도 아내가 왜 배우자로 선택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를 일이다.
당시 아내의 본가는 대전. 아내가 보고파 대전에 오면 신도칼국수에 들러 주린 배부터 채웠다. 그러고는 대화동 다리를 건너 처가에 갔는데 그러면 아내가 쫓아나와 반갑게 맞던 기억이 지금도 기억의 강물에서 출렁거린다. 당시 가벼운 주머니로도 쉬 배를 채울 수 있던 신도칼국수의 단골손님이 된 건 기본옵션이자 당연지사의 결과였을 것이다.
퇴근길 배가 너무 고프기에 환승하는 대전역에서 하차한 뒤 모처럼 신도칼국수를 찾았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맛. 가격 또한 착해서 가득한 한 그릇에 고작 3500원!
회사가 위치한 지역에선 칼국수 한 그릇이 보통 5000~6000 원 씩 하니 이 집은 그에 비하면 얼추 반이나 가격이 싼 셈.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게 돈이 없어 먹고픈 걸 못 먹을 때이다. 50년 동안의 장구한 역사와 변함없는 맛을 자랑하는 신도칼국수는 나그네의 허허로운 주머니까지 달래주는 집이라고 감히 추천하는 바이다. 칼국수 외에 돼지고기 수육과 두부 두루치기도 맛있다.
위치:대전역 옆 대한통운 길 건너 골목.(동구 정동 30-16) 문의 042)253-6799.
홍경석 객원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