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대]'대중'과 '크라우드소싱' 시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임기대]'대중'과 '크라우드소싱' 시대

[문화 초대석]임기대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승인 2012-11-25 13:27
  • 신문게재 2012-11-26 20면
  • 임기대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임기대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임기대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임기대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몇 년 전 지중해의 한 도시에서 생활했던 적이 있다. 당시 한 번도 보지 못한 찌르레기 새들이 석양이 지고 어둠이 깔려올 때면 군무를 지어 움직이는 장면을 보고 감탄했던 적이 있다. 감탄을 넘어 창문 바로 앞으로 지나가는 모습에서는 순간 움찔할 정도로 무서워 재빨리 창문을 닫기도 했다. 낮에는 먹이를 찾고, 어둠이 오고 밤이 되면 군무를 형성하며 스스로 용기도 얻고 무서운 천적에 맞서게 된다고 하는 찌르레기 새들.

디지털시대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매크로 위키노믹스의 저자인 세계적 사상가, 돈 탭스콧(Don Tapscott)은 필자가 두렵게 보았던 찌르레기 새들을 21세기 가장 주목해야 할 대상으로 보면서, 우리 사회 곳곳의 조직 양상에 대해 다시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서 사람들의 관계는 단순한 정보 교환을 넘어 찌르레기들이 무리를 형성하듯 국가를 넘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지식뿐 아니라 지능까지 공유하여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전 세계적 열풍을 몰고 온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보라. 무료 제공, 방대한 음악 라이브러리, 접근성 등을 두루 갖춘 유튜브라는 엄청난 매체 덕을 보긴 했지만 조회수 8억을 돌파했다는 이 노래의 성공은 누구나 쉽게 따라한다는 '말춤'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의 대중가요계에서 뮤직비디오는 기획사를 통한 제작 과정을 벗어나지 않는다. 유명 안무가가 곡 전체 안무를 전담하는 것이 보통의 관례라면, 말춤은 그 한 명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았다는 데서 이 노래의 성공을 찾을 수 있다. 우연히 회식자리에서 자신의 댄스팀에게 상금을 걸고 장기자랑을 했을 때 나온 춤이 말춤이었는데, 이것이 여러 안무가에게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더해 빛을 발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오늘날 주목해서 봐야 할 크라우드소싱 과정의 결과물과 전혀 다르지 않다.

'대중'(Crowd)과 '외부자원'(Oursourcing)의 합성어인 크라우드소싱은 보통은 제품이나 서비스개발과정에서 일반 대중이나 외부 전문가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과 맥락을 공유하기도 한다. 한 개인이 갖고 있는 탁월한 능력보다는 집단이 갖고 있는 다양성과 거기에서 나오는 힘을 믿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활용까지도 많은 주목을 받게 되었다. 문화예술계에서도 이런 접목이 활발한데, 대전문화재단에서 올해 실행하고 있는 '예술 크라우드 펀드'의 경우 또한 이런 사례에 해당된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의 경우는 인터넷을 통해 대중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비즈니스에서 크라우드소싱 모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자동차회사 피아트의 적용 사례가 주목을 받는다. 신차 디자인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1만 7000명이 참여하여 '미오 컨셉트카'를 탄생시킨 것이다. 최근 국내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슈퍼스타K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처럼 대중이 주목받고 주체로서 강조되는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크라우드소싱은 비즈니스 차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예술, 디자인, 일상의 라이프스타일까지도 바꾸고 관여하는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하며, 대중을 우리 사회속에 우뚝 서게 만들 태세다. 그렇다고 우려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크라우드소싱이 단순히 돈을 모으는 일에 국한되면 안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대중을 모으고 지속가능한 진실성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 사회적 기업, 비영리단체, 공익사업 등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활동을 눈여겨봐야 한다. 그뿐이랴. 얼마 남지 않은 대선에서 '대중' 혹은 '국민'을 누가 더 주목하고 참여시키며 소통하려는지도 눈여겨보게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2.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3. aT, '가루쌀 가공식품' 할인대전 진행
  4. 국립농업박물관, 개관 678일 만에 100만 관람객 돌파
  5.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1. 농림부, 2025년 연구개발 사업 어떤 내용 담겼나
  2. 사회복지법인 신영복지재단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저소득어르신에게 쌀 배분
  3. 제27회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상, 10월 28일 열린다
  4. 해외농업·산림자원 반입 활성화 법 본격 시행
  5. 농촌진흥청, 가을 배추·무 수급 안정화 지원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