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한]2012년 대선정국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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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한]2012년 대선정국의 교훈

[중도춘추]최신한 한남대 철학과 교수

  • 승인 2012-11-22 14:18
  • 신문게재 2012-11-23 20면
  • 최신한 한남대 철학과 교수최신한 한남대 철학과 교수
▲ 최신한 한남대 철학과 교수
▲ 최신한 한남대 철학과 교수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최종 후보조차 확정되어 있지 않은 이상한 모습이다. 일면 지루하고 짜증스럽게 보이는 단일화 논의도 결국 후보등록 일정에 쫓겨 마무리될 공산이 크다. 그리고 국민 역시 선거 일정에 묶여 후보에 대한 정확한 검증과 판단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선거에 임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선거 구도가 만들어지게 된 경위를 따지지 않는다 해도 2012년 대한민국의 대선은 지극히 비정상적인 과정을 밟고 있음이 틀림없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의 정치제도와 운용이 아직도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을 재삼 확인시켜준다. 이것은 급속도로 성장한 우리의 경제와 확연히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미 오래전에 거론되었지만, 우리의 정치가 삼류라는 자조적 비판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렇지만, 변화와 개혁에 대한 시민의 욕구가 현실정치를 앞서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문제는 법이 정한 제도의 틀에서 운용되어야 하는 현실정치와 이를 벗어나려고 하는 시민의 욕구 사이에 형성되는 긴장이다. 이러한 긴장을 해소하는 것이 절박함에도 오늘의 국가공동체는 점진적인 개혁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지금은 더 이상 혁명의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변화와 개혁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요구된다. 첫째, 변화와 개혁은 시간 속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연속성의 틀을 벗어날 수 없다. 크게 보면 이 연속성은 곧 역사성이다. 삶의 철학자로 불리는 딜타이에 의하면 우리의 삶은 ①체험 ②체험의 표현 ③표현의 이해라는 순환으로 이루어진다. 삶은 그때그때의 절실한 체험이며, 이 체험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도 삶이다. 예술작품뿐만 아니라 사회의 제도와 법도 체험의 표현이다. 현재의 정당제도와 선거제도 역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아닌 바로 우리 국민이 체험한 삶을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이해의 과정을 거치면서 기존의 표현에 대한 긍정과 비판이라는 새로운 체험으로 이어진다. 변화와 개혁은 결코 영점에서 시작할 수 없다. 변화의 대상이 된 제도는 바로 우리 자신이 표현한 삶으로서 우리가 그 틀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삶이 곧 역사이며 새로운 삶도 그 위에서 가능할 뿐이라는 사실은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인간의 조건이다.

둘째, 변화와 개혁은 각성된 의식을 요구한다. 삶의 역사성이 피할 수 없는 삶의 조건이라면 깨어 있는 의식은 이러한 조건을 넘어선다. 어제의 삶이 오늘의 삶에 부과된 것이라면 깨어 있는 의식은 이를 넘어서서 세계를 새롭게 설계하고 변경할 수 있다. 이성은 바로 이러한 의식을 가리킨다. 이성적인 인간은 아무런 전제 없이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해야 한다. 무전제의 판단은 독자적 판단의 출발이다. 민주국가는 이러한 능력을 갖춘 시민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깨어 있는 사람은 이해관계나 연고주의와 무관한 가치중립적 상태에서 정치현실을 판단할 수 있으며 그것도 나의 차원을 넘어선 우리의 차원에서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독자적 판단이 결여된 상태에서 변화만을 요구하는 것은 자기 삶의 책임을 정치권에 떠넘기는 셈이 되며, 이는 자신이 자기 삶의 주인임을 포기하는 결과에까지 이를 수 있다.

삶은 가끔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이러한 부정성은 우리를 새롭게 가르친다. 현재의 대선정국이 확인시켜주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은 우리의 정치가 가야 할 길을 가르쳐주는 스승과 같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를 인도하는 길이 아니라 우리가 넘어야 할 길이다. 길이 없거나 길을 못 찾을 때는 방황할 수밖에 없지만, 길의 경계가 드러난 이상 더 이상 우왕좌왕할 필요가 없다. 이 길은 삶의 연속성을 인정하는 바탕에서 출발하는 길이며 각자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변화를 도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열린 길이다. 길 찾기는 곧 방법이다. 무슨 방법으로 밝은 미래로 열린 길을 찾을지 그 해법은 오로지 국민 각자의 판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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