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국]지령인걸(地靈人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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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국]지령인걸(地靈人傑)

[세설]조종국 원로서예가, 전 대전시의회 의장

  • 승인 2012-11-21 14:35
  • 신문게재 2012-11-22 21면
  • 조종국 원로서예가조종국 원로서예가
▲ 조종국 원로서예가, 전 대전시의회 의장
▲ 조종국 원로서예가, 전 대전시의회 의장
지령인걸(地靈人傑)이라는 말이 있다. 땅이 신령스러우면 걸출한 인물이 많이 태어난다는 뜻이리라. 필자에겐 충청도가 고향이고 어찌어찌하다 고향 부근에서만 살다보니 도리 없이 충청도 토박이가 되고 말았지만, 필자의 식견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충청도만큼 훌륭한 인물이 많이 나온 고장도 없지 않을까 싶다. 충청도의 특징이나 몇몇 인물을 찾아보고자 하는데, 최근 지상에 오르내리는 인물들은 쏙 빼고 역사상 정평 있는 불후의 인물에 국한하고자 한다.

충청도의 산은 비록 높지 않으나 아름답고 물도 그리 깊지는 않으나 맑다. 게다가 한반도 전체를 놓고 보면 대체로 어느 생체의 허리나 배 부분에 해당하는 편으로, 남쪽인 경상도나 전라도에 비해선 우선 외침의 영향이 적었고, 풍수해도 그리 심한 편이 아니다. 그런 산수와 기후의 영향인지 인심 또한 온후하고 우직하며 순박하다. 이러한 충청인 들은 대체로 끈기가 있는 대신 모가 나지 않고 원만한 심성을 가져서 대원군 같은 분은 청풍명월(淸風明月)이라는 낭만적인 표현으로써 충청도를 지적한 바도 있다.

먼저 충청도의 주요 고적과 유적을 일별 해 보자. 맨 먼저 백제의 고도인 부여와 공주를 손꼽을 수밖에 없다. 백제문화는 3국 시대 당시에도 우수했지만 백제가 망한 뒤에도 일본에까지 그 찬란한 문화가 전수되었다. 그밖의 명소로 서산의 마애 삼존불(三尊佛), 계룡산의 남매 탑, 논산의 은진미륵, 충주의 탄금대, 단양의 도담 삼봉, 그리고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천안의 독립기념관과 세종시 등도 상기할 만하다.

재미있는 현상은 이상하게 충청도에는 온천이 많다는 점이다. 먼저 대전의 유성 온천이 있고, 그밖에 온양 온천, 도고 온천도 널리 알려진 터에, 덕산 온천도 있다. 충북에는 또 수안보 온천이 있으니, 충청도에만 다섯 군데의 온천이 쏟아진 것도 가나안(福地)다운 표징이라 하겠다. 관광명소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주요 사찰인데, 충남에는 예산의 수덕사를 비롯해서 공주의 갑사와 마곡사, 그리고 부여의 무량사, 고란사 등이 있고 대전에는 가까운 동학사도 유명하다.

이제 충청도의 대표적인 인물을 몇 분 찾아보자. 우선 우리 역사상 문무를 경전(經傳)한 성웅으로 크게 추앙을 받고 있는 분이 온양에서 머지않은 현충사에 모셔진 충무공 이순신(忠武公 李舜臣) 장군이다. 여기서 굳이 그분의 위업을 거론함은 장황한 흠이 있으니 그만 두기로 하고, 기왕 아산 현충사에 왔으니 여기서 머지않은 곳 천안 아우내에 순국소녀 유관순을 찾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잔다르크' 유관순이야말로 독립기념관을 짓게 만든 민족의 꽃이요, 별이 아니겠는가.

천안에서 남쪽으로 예산 땅에 가보자. 맨 먼저 예산군 신암면에 추사 김정희(秋史 正喜)선생의 고가가 있다. 우리 역사상 최고의 명필이요, 금석학(石學) 실학에도 조예가 깊은 추사(秋史)선생이 충남 태생임에는 정말 감개가 무량하다.

벼슬이 참판에 이르고 중국 연경에까지 가서 문명을 떨친 그가 남의 모함으로 제주도에까지 유배를 가서 9년 동안이나 절해의 고도에서 고독과 상심을 달래면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고 학문과 서예에 몰두하신 그 큰 정신을 상기함에, 후학의 한사람으로서 가장 위대한 예술가의 초상을 보는 듯싶어 가슴이 뭉클할 뿐이다.

같은 예산에는 수덕사에서 수행 득도한 대선사 만공(滿空)스님의 유적이 있고 유명한 윤봉길(尹奉吉)의사의 사당과 생가도 있다. 상해 홍구 공원에서 일장 백천(白川)을 섬멸한 윤 의사의 기개야말로 유순하기 그지없는 충청인도 일단 유사시에 한번 분개하면 천하무적의 용기를 보인다는 특징을 읽을 수 있다.

예산에서 다시 서쪽으로 가면 홍성에 이르는데 홍성이 낳은 인물로는 역시 유명한 만해 한용운(萬海 韓龍雲)선생을 잊을 수가 없다. '님의 침묵'의 시인이며 민족대표 33인중의 유일한 불교계 대표인 선생은 불교유신론을 내 놓을 만큼 불교계의 선각이기도 하다. 그밖에도 청양 목면의 최익현(崔益鉉)선생, 서천의 월남 이상재(月南 李商村)선생, 충북의 실학자 언론인 신채호(申采浩)선생, 임꺽정을 쓴 홍명희(洪明喜) 선생 등을 우리는 항상 잊을 수가 없다. 또 임진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지는 해 밀고 오는 충청의 지령인걸(地靈人傑)이기를 비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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