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
햇빛발전으로 책을 보는 마을어린이도서관은 마을어린이도서관과 대전충남녹색연합, 한국가스공사 충청지역본부가 2010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태양지공 프로젝트'의 성과다. 중국 진나라의 손강과 차윤이 눈빛과 반딧불에 비춰 글을 읽었다는 '형설지공(螢雪之功)'을 기후변화시대에 새롭게 재현한 '태양지공 프로젝트'는 어린이들이 햇빛발전으로 책을 보며 녹색희망을 키우는 중장기 프로젝트다.
작년 관저동 해뜰마을어린이도서관의 태양지공 1호에 이어 11월 22일 중촌동 짜장마을어린이도서관에 태양지공 2호가 탄생한다. 옥상에 햇빛발전기가 설치되어 조명을 밝히고 옥상텃밭과 빗물통은 여름철 건물의 온도를 낮춰 에너지 소모를 줄인다. 어린이들이 자전거발전기 페달을 밟아 생산한 전기는 믹서기를 돌려 간식용 과일 주스를 만든다. 이게 다가 아니다. 마을어린이도서관이 발전소로 변신하고 있다. “절전이 발전이다” 개념의 녹색발전소가 현재 마을어린이도서관 3곳과 한밭생협 등 4곳, 139가구가 참여하여 현재 가동 중이고 계속 모집 중이다.
마을어린이도서관의 변신과 변화의 주역은 아이들을 키우는 주부들이다. 마을어린이도서관을 스스로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 주부 활동가들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우리의 노후 원전 연장과 원전 비리를 보면서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고 마을공동체에서 지구공동체로 인식이 확장되었다.
국민들의 이런 변화와 노력과는 달리 문제는 정부와 자치단체의 행정과 정책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대부분의 국가들은 탈원전과 강력한 에너지 절감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우리정부는 원전 증설 계획과 수출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작년 9월 대규모 정전사태로 전국 162만가구가 큰 피해를 입었지만 여전히 에너지정책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최근 자치단체들의 변화와 시도는 의미가 크다. 올해 3월, 45개 자치단체장들의 '탈핵 및 에너지정책 전환 선언'과 서울시의 '원전1기 줄이기 정책' 등은 최근 한국 사회의 에너지 담론과 정책을 이끌고 있다. 에너지 소비의 주요 단위인 대도시 자치단체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자치단체 에너지 정책은 그 동안 국가에너지 정책에 종속되어 소극적 계획과 행정에 머물렀다. 중앙정부의 정책방향과 지원 예산에 의존하다 보니 지역실정에 맞는 독자적이고 창조적인 정책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에너지정책 개혁과 분권이 필요하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자치단체의 에너지행정과 정책의 핵심은 주민참여와 소통이다. 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주민참여형, 거버넌스형 에너지 정책으로 바뀌고 있다. 유성구가 모퉁이마을어린이도서관, 대전충남녹색연합, 한국가스공사충청지역본부와 함께 협약식을 열고 진행한 '유성에너지동립만세' 프로젝트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마을에 햇빛발전기를 설치하여 에너지 생산은 높이고 주민절전소 운동을 통해 소비는 낮추는 에너지자립률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이것이 일방적인 행정이 아니라 마을의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에너지 주민자치를 지향하고 있는 점이 다른 부분이다.
화력과 원자력 등 대규모 발전과 공급 중심의 중앙집중형 에너지 시스템과 정책은 이제 작별을 고해야 한다. 지역형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수요관리 중심의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이 시급하다. 수요관리 중심의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과 정책은 자치단체가 앞장서고 주민들의 참여로 채워야한다. 기후변화시대 풀뿌리 에너지자치가 요구되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