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규의 묵향이야기]백아절현(伯牙絶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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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규의 묵향이야기]백아절현(伯牙絶絃)

진실한 우정을 생각하게 한다

  • 승인 2012-11-21 14:20
  • 신문게재 2012-11-22 11면
  • 박일규 대전둔산초 교장박일규 대전둔산초 교장
▲ 박일규 대전둔산초 교장, 前충남서예가협회장
▲ 박일규 대전둔산초 교장, 前충남서예가협회장
열자(列子)의 <탕문편(湯問篇)> 및 여씨춘추(呂氏春秋)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원래 초(楚)나라 사람이지만 진(晉)나라에서 고관을 지낸 거문고의 달인 백아가 있었다. 백아에게는 자신의 음악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절친한 친구 종자기(鍾子期)가 있었다. 백아가 거문고로 높은 산들을 표현하면 종자기는 “하늘 높이 우뚝 솟는 느낌은 마치 태산처럼 웅장하구나”라고 하고, 큰 강을 나타내면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의 흐름이 마치 황허강 같구나”라고 맞장구를 쳐주기도 했다.

또 두 사람이 놀러 갔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져 이를 피하기 위해 동굴로 들어갔다. 백아는 동굴에서 빗소리에 맞추어 거문고를 당겼다. 처음에는 비가 내리는 곡조인 임우지곡(霖雨之曲)을, 다음에는 산이 무너지는 곡조인 붕산지곡(崩山之曲)을 연주하였다. 종자기는 그때마다 그 곡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조금도 틀리지 않게 정확하게 알아 맞혔다. 이렇듯 종자기는 백아가 무엇을 표현하려는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고, 백아와는 거문고를 매개로 서로 마음이 통하는, 음악 세계가 일치하는 사이였다.

그런데 종자기가 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등지자 너무나도 슬픈 나머지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거문고 줄을 스스로 끊어 버리고 '伯牙絶絃' 죽을 때까지 다시는 거문고를 켜지 않았다고 한다. 백아는 자신의 음악을 알아 주는 사람이 이 세상에는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거문고 줄을 끊은 것이다.

이해관계에 따라 친구를 사귀거나 친구를 배신하는 현대 사회의 이기적인 모습에서 진실한 우정을 생각하게 하는 고사성어이다. 또한 깊은 속마음까지 서로를 알아주고 위하는 완벽한 우정을 비유할 때 인용된다. 줄여서 절현이라고도 하며, 백아파금(伯牙破琴)이라고도 한다. 비슷한말은 지음(知音), 고산유수(高山流水:높은 산과 그곳에 흐르는 물이라는 말로, 아주 미묘한 음악, 특히 거문고 소리를 이르거나 知己를 비유하는 뜻), 지기지우(知己之友) 등이다.

박일규 대전둔산초 교장, 前충남서예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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