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홍사건 한빛학원 이사장

[중도초대석]홍사건 한빛학원 이사장

희망 일구는 교육자의 삶, 그것이 참 행복이 아닐까… 교육혁신은교사 자질에 달려 英 '이튼스쿨'처럼 키울것

  • 승인 2012-11-20 14:15
  • 신문게재 2012-11-21 11면
  • 대담=오주영 문화부장ㆍ정리=윤희진기자대담=오주영 문화부장ㆍ정리=윤희진기자


▲ 사진=손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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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손인중 기자
청바지를 즐겨 입어 무려 열다섯 벌이나 있다. 예순을 넘긴 이에게는 적은 게 아니다. 구두는 즐기지 않는다. 물론, 넥타이를 매고 양복을 입는 것도 별로다. 언론 인터뷰 등 공식적인 자리나 행사 때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해 잠시 잠깐 양복과 넥타이, 구두를 착용한다.

사학법인 한빛학원의 홍사건(洪思乾ㆍ62) 이사장은 젊다. 외모도 젊지만 마음은 더욱 청춘이다. 그는 잠덕유광(潛德幽光)에 담긴 뜻 처럼 '드러나지 않게 덕을 베푸는 사람의 숨은 빛'처럼 덕치(德治)를 중시한다. 홍 이사장은 이를 학교 경영의 모토로 삼고 있다. 삼성 출신답게, 학교도 명품 교육의 산실로 만들고 싶어 한다. 당진의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국내를 넘어 전세계를 움직이는 삼성그룹 임원에 이어 학교 경영인으로 새롭게 변신한 홍 이사장, 그와 함께 그의 지난 삶 속으로 들어가 봤다. <편집자 주>

#회화나무 아래서 꿈을 심다
당진군(현재는 당진시) 송산면 도문리. 아담한 산 아래 넓은 마당이 있는 집 한 켠, 500년이 넘어 시 보호수로 지정된 회화나무 한 그루. 이 나무를 벗 삼아 놀던 한 소년이 있었다. 회화나무의 보호와 바람일까. 선생님을 꿈꾸던 그 소년은 먼 훗날 학교의 이사장이 되어 있었다. 2남 1녀의 장남으로 태어난 이 소년은 아버지의 천직(天職) 때문일까. 교직에 몸담았던 부친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여전히 머릿속에 생생히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학교를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으로 선택했다. 그가 택한 학교는 계절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의 아름다운 교정을 가진 학교, 바로 대전시 중구 안영동 입구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사학법인 한빛학원이 운영하는 대전한빛고등학교. 그는 바로 홍사건 한빛학원 이사장이다. 부친이 근무하던 학교가 집에서 가까워 당진 시내 또는 타지에서 온 교사들이 귀가를 못하는 날엔 홍 이사장 집에 신세를 지는 일이 많았다. 이런 날이면 집은 잔칫집으로 바뀌곤 했다. 어느 해, 장마로 학교 운동장 둑이 무너졌다. 며칠 동안 호롱불 켜고 밤늦도록 일을 하던 많은 교사의 모습을 보며 그는 교사라는 꿈을 갖게 됐다.

철이 들면서 고향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해 고교에 입학했다. 서울사대부고다. '촌놈'이라는 놀림도 받았지만, 고교시절 총학생회장을 지낼 만큼 인정받았다. 공명심이 강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도 내내 학생회장을 맡았다.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거기서도 학생회장을 했다. 경제학도의 길을 선택했지만, 그는 꿈꾸던 목표를 위해 교사자격증도 취득했다. ROTC 장교로 군 생활을 했다. 당시 정호근 참모장이 '육사 같은 ROTC'라며 소위, '말뚝'을 박으라고 했단다.

1977년 삼성그룹에 입사했다. 당시 삼성과 현대자동차, 포철 등을 고민하다가 삼성을 택했다. 입사 후 제일제당으로 갔다. 제일제당과 제일모직은 당시 삼성사관학교로 불릴 정도로, 삼성맨들을 가장 강도 높게 트레이닝 시킨 곳이다. 이 때 홍 이사장은 고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 등 그룹 총수들과 같이하면서 삼성이 추구하는 초일류 개념을 체득했다. 제일제당과 삼성테크윈 관리부장 및 그룹 재무이사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입사 17년 만에 이사까지 오를 만큼, 앞선 그룹에 속했다. 1994년 17년간 몸담았던 삼성을 떠난다. 당시 나이 45세였다. 이학수 전 구조조정본부장이 최고의 정점에서 회사를 스스로 떠난 것이다. 이후 유통과 물류, 부동산 관련, 작은 회사를 창업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물론, 학교와는 완전히 분리돼 있다.

▲ 서울사대부고 시절 친구들과 함께<사진 가운데>.
▲ 서울사대부고 시절 친구들과 함께<사진 가운데>.
#학교를 개혁하다
삼성을 떠난 후 5년 만인 1999년 삶의 새로운 전환점을 위해 학교로 모든 열정을 쏟았다. 어린 시절, 때가 되면 교육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바쳐 아름다운 학교를 설립하고 교육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교사와 학생들에게 값진 미래를 설계할 터전을 마련해주고 싶었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홍 이사장은 “주변에서 걱정하며 만류하는 지인들도 많았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결심한 그가 찾아낸 곳은 현재 대전한빛고. 고향인 당진 쪽을 고민했지만, 여러 여건상 쉽지 않아 전국 공모를 통해 선택했다. 그는 한빛고에서 삼성맨으로 다져진 도전 정신을 다시 한번 발휘하게 된다. 대전의 외곽에 위치해 학습 여건이 좋지 않은 한빛고에 개혁과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진정한 교육을 위한 과감한 개혁과 투자, 비전을 제시하며 학교 구성원들에게 변화를 요구했다.

2000년 3월 한빛학원과 대전한빛고를 설립한 홍 이사장이 가장 먼저 바꾼 건 교육 환경이었다. 우선 교사(校舍) 리모델링과 리뉴어링 작업을 통해 학교 환경을 개선했다. 교사부지 9000㎡ 매입을 시작으로 체육관(새천년미래관)과 특별실(12실) 증축, 교사동 증축, 도서관(꿈우리 도서관) 증축을 완료했다.

그다음은 바로 학교를 정원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홍 이사장은 “학생들의 바른 인성과 정서 함양을 위해 가장 좋은 건 아름다운 주변 환경”이라고 말했다.

100년생 소나무 100여 그루를 해미읍에서 옮겨와 교사동 전면과 진입로에 심었다. 또 철쭉과 잣나무, 느티나무, 목련, 산수유, 영산홍, 지피식물 등도 심었다. 사시사철 꽃을 볼 수 있다. 중구 안영동에서 만날 수 있는 수목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 모든 환경 개선을 위해 홍 이사장은 40억원에 가까운 사재를 내놨다. 이런 노력에 한빛고 교정에 들어서면 '참 아름다운 답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신흥 명문고에 도전하다
교육환경 개선에 이어 그가 심혈을 기울인 건 교육개혁이다. 첫 번째는 교사 자질 향상이었다. 교육의 성과는 결국 교사에게 달렸다는 판단에서다. 교사 절반 이상을 석ㆍ박사로 선발했고, 단위학교에 10명의 1급 전문상담교사가 있는 유일한 학교를 만들어냈다. 평균 연령도 30대 후반으로 활력을 불어넣었다. 교사의 질적 향상을 위해 교육대학원 진학 지원, 유명인사 초청 강연회, 선진 기업체 탐방, 우수교사 해외 교육연수 등 다양한 사업도 시작했다. 물론, 학교 설립 초기에는 불신이 많았다. 재단이 바뀐 만큼, 신분상의 불이익을 걱정한 구성원들이 적지 않았다.

▲ 육군 장교시절 유격 훈련하는 모습.
▲ 육군 장교시절 유격 훈련하는 모습.
홍 이사장은 이 문제에 집중했다. 그는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믿고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오해를 불식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랜 시간, 그는 감수하며 직접 삽을 들도 땅을 파 묵묵히 나무를 심었다. 나무가 성장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구성원들은 변화했고, 현재의 한빛고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탰다. 대기업에 몸담았고, 현재도 기업을 경영하는 정통 기업인으로서 그는 학교에도 경영마인드를 도입했다. 학교 운영을 위해서는 나날이 변화하는 교육계의 흐름을 읽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2000년 한빛학원 출범 당시만 하더라도 '교육 서비스' 는 너무도 생소한 말이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만에 교육에도 서비스의 개념이 빠르게 정착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홍 이사장은 바로 이 부분에 착안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교육혁신 운동이었다. 교육혁신을 통해 교육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고 학부모들과 지역사회는 여기에 충분히 호응하고 공감했다. 결국, 한빛고는 질적 성장을 이뤄내며 신흥 명문으로서의 기반을 다지게 됐다. 러시아 대문호인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스스로 자기의 할 일을 찾아보고, 그 일에 신념을 가지고 줄기차게 인생행로를 걸어갈 때, 우리는 참 행복을 맛볼 수 있는 것이리라.' 인간이 불행한 것은 자기가 진정으로 행복한 것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메시지다.

홍 이사장은 “노력이라는 자양분을 토대로 일생의 꿈과 희망을 목표로 삼고, 교육이라는 희망을 일구고 사는 나는 진정으로 행복한 존재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오늘도 홍 이사장은 영국의 이튼스쿨을 꿈꾸며 선진 학교의 경영 비법을 찾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다.

▲홍 이사장은…
출생:1950년 당진
학력:서울사대부고, 성균관대 경제학과, 연세대 경영대학원, 한양대 관광대학원
병역:육군 중위 전역
경력: 삼성그룹 경리ㆍ자금부장, 관리담당, 경영지원실장ㆍ재무이사, 현 대전한빛학원 이사장

대담=오주영 문화부장ㆍ정리=윤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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