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토크]늑대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

  • 오피니언
  • 문화칼럼

[문화토크]늑대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

최충식 논설실장

  • 승인 2012-11-18 13:07
  • 신문게재 2012-11-19 21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요즘에 아무 남자한테나 늑대라는 말 쓰면 욕먹음 :) 늑대소년 때문에
트위터 @Y_Live_
늑대야말로 평생 한 마리의 암컷만 사랑한다는데 늑대 같은 남자라는 건 욕이 아니라 칭찬이야ㅠㅠ
트위터 @nsg0630

18일 500만명을 넘어 국내 멜로영화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늑대소년'의 누적관객수에는 필자도 들어 있다. 관람평은 “그냥 괜찮다”, 명대사는 “기다려!”였다. '여우 같은 아내와 (15세 이상) 토끼 같은 자식'들이 보기에 '괜찮다'. 순수함, 진실한 사랑을 그린 감성영화로는 합격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늑대를 욕되게 하지 말라고 아우성인 이때를 틈타 사악한 존재로 내게 매도당한 늑대에게 진 빚을 정리해볼 생각이다.

―늑대 이미지는 펑튀기 공법(工法)의 산물이라고 두둔하는 축도 있다. 간혹 농장의 가축을 건드리기는 하나 양치기 소년의 막대 하나로도 퇴치 가능함을 논거로 삼으면서~ 아이 우는 소리로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든지 털빛까지 바꾸는 위장술을~ 발정기에 부모형제, 위계질서고 뭐고 안면몰수하며 싸워 제 어미~ '늑대' 근성을 여지없이~.

전에 쓴 글을 부분 전재(轉載)했다. 저런 놈도 있을 테지만, 자문도 한다고 했는데 왜 저 따위로 썼을까 싶다. 지면을 빌려 대전동물원, 청주동물원의 늑대를 비롯해 섬멸되지 않은 모든 늑대들에게 사과한다. 한 암컷만 바라보고 재혼해도 전처소생을 돌보고 제 짝이 죽어도 다른 가족의 아저씨, 아줌마 노릇을 자처하는 늑대들에게 미안하다.

좋고 나쁨에도 겉보기가 그런 것과 실제 그런 것이 있다. 나름 영리한 곰은 묻지도 않고 '미련 곰탱이'가 된다. 이른 사리 때 잡은 새우 등 해산물인 '오사리'를 고집스레 욕에 끌어와 '오사리 잡놈'이라 쓴다. 철마다 서식지를 이동할 뿐인 철새 인상에 정치철새는 먹칠을 한다. 지고지순파로 알려진 백로, 기러기는 바람을 피우나 늑대는 그러지 않는다.

안 그런 척 그러고 그런 사람을 '박쥐 오입쟁이'라 하는데, 박쥐에게 이런 모욕이 없다. 꽃뱀이 사내뱀 후려 돈 우려낸 적 있나. 닭대가리 나쁜데 도와준 것 있나. 가당찮은 일은 '쥐구멍에 홍살문'이다. 쥐가 언제 홍살문 만들어 달라 했나. 엉큼하면 너구리, 탐욕스러우면 돼지 등 비유력은 끝을 모른다. 미화 비유의 덕을 톡톡히 본 원앙도 허술한 정조를 들켜버린 이상, 부부의 원앙금과 원앙침은 이제 수정돼야 한다.

영화에서 늑대소년 철수(송중기)가 순이(박보영) 방문 앞에서 모로 구부려 잔 그 잠이 새우잠이다. 작고 볼품없는 집을 게딱지만한 집이라 한다. 초여름 안흥항의 꽃게 등딱지, 초겨울 안면도의 대하를 못 봐서 하는 말이다. 밴댕이는 그물에 걸리면 몸을 이리저리 비틀다 죽는다. 죽음을 예견한 스트레스에 몸부림치는데 속좁고 조잔한 사람을 꼭 밴댕이 소갈딱지라 해야 속시원한가. 팬티 한 장 차이라는 짐승과 인간의 차이도 허물어졌다. 옷 입은 강아지, 노팬티 인간이 많아져 구분이 이제 애매해졌다.

하지만 인간의 명석한 머리로 의식적인 욕망의 대상화 작업을 거치면 또 못 만들 것 없다. 늑대에게 세평이 지독히 나쁜 이유에 대해 『가공화된 신화, 인간』의 저자 틸 바스티안은 늑대에게서 발견한 인간 자신과 같은 특성 때문으로 단정한다. 늑대처럼 살라. 늑대 같은 남자 만나라. 아직 철 이른 것 같다. 아무리 관객 500만으로 명예회복은 했지만 '늑대 같은 남자'를 칭찬으로 받기엔 여전히 무리수다.

최충식 논설실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