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강좌를 말하다] 송기한 대전대 교수

[명품 강좌를 말하다] 송기한 대전대 교수

시인 정훈 충청지방 최초 잡지 '향토' 발간 민족ㆍ애국주의 사상으로 무장한 '신채호'

  • 승인 2012-11-15 20:18
  • 신문게재 2012-11-16 12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명품 강좌를 말하다] 인문학의 향기 --대전속의 문학, 문학속의 대전 (송기한 대전대 교수)

▲송기한 교수
▲송기한 교수
#대전이 지닌 문학적 위상
대전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정체성이 약한 곳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문화의 정수인 문학과 예술 분야가 전반적으로 낙후됐다는 얘기다. 근대 이후 대전에서 성장하거나 활동한 문인들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전 출신(혹은 좀 더 외연을 넓혀 대전 인근) 문인들의 문학적 성취도나 지명도는 다른 지역 출신 못지않게 높은 명망을 가진 것 또한 사실이다.

송기한 대전대 교수는 “대전은 남한 땅의 중심이다. 중심이 갖는 의미란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았다는 뜻인데, 실상 그러한 의미역을 추출해낸다면 대전이 함의하는 문학적 의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민지 유학생의 향수, 정훈
논산 출신인 정훈(1911~1992) 시인은 1946년 충청지방 최초의 잡지인 『향토』를 발간했다. 1949년 첫 시집 『머들령』을 출간했고, 1952년 『호서문학』을 창간했다. 1992년 타계 후 만인산 휴양림에 시비가 건립됐다.

게다소리 푸념에
京都의 밤은 오고
거리를 나르는
꽃나비 꽃나비
나라를 지인 행복됨이여
아늑하기 꽃바구니다
담벼락에 목을 처박고
나는 홰울음을 쳤다.
날때도 커서도
살어갈수록 서러운 족속이여
그래도 자그만 선술집이 있고
노래가 있고
玄海灘을 건너
조개 껍질처럼 밀려든 무리들이다
그들이 즐겨 부르는 슬픈 아리랑이다.
정훈의 '아리랑民'

#향토색으로서의 지역의식, 한성기
함경남도 출신인 한성기(1923~1984) 시인은 함흥사범학교 졸업 후 1947년 대전 사범학교 교사로 부임했다. 1963년 첫 시집 『산에서』를 출간했다. 1979년 대전 유성구 원내동으로 이사했고 1984년 타계 후 동구 직동 대청댐 자락에 안장됐으며 1987년 대전시민회관 앞에 시비가 세워졌다.

#신채호의 문학-무정부주의
대전의 대표적 문인 가운데 한 명은 단재 신채호다. 대전에서 출생했을 뿐만 아니라 근대 이후 이 지역을 대표하는 대표적 사상가이기도 하다.
송 교수는 “그의 문학을 독립적으로 떼어놓고 살펴보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단재 사상의 보증수표 중 하나인 민족주의, 애국주의다. 제국주의를 이길 수 있는 강력한 힘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이어 단재의 사상이 무정부주의로 바뀐 결정적 계기는 양계초의 사회진화론이 함의하고 있었던 자기모순에 그 원인이 있다. 사회진화론은 제국주의에 맞서는 사상적 근거도 되지만, 타민족을 지배하는 제국주의의 논리적 근거도 됐다.
다시 말해 결국에는 우자(優者)나 강자(强者)의 지배 논리 또한 정당화시키는 유효한 근거가 됐기에 단재는 더 이상 이 이론에 기댈 수가 없게 됐다.

여름은 우리 시대 녹수(樹)는 우리 가향(家鄕)/이슬은 우리 양식 생활이 평등이다/좋을씨고 매암이 생활 매암매암 매암매암/아비가 매암이면 아들도 매암/사내가 매암이면 아내도 매암/이름도 차별 없다/좋을시고 매암이 이름 매암매암 매암매암/ '매암의 노래' 부분

윤희진 기자 heejiny@

▶다음주 강의:21일 Made in 대전, 소극장에서 시작되다 (이충무 건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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