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인 한밭대 창업경영대학원 단장 |
먼저 집 없는 사람은 물론이고 집이 있어도 빈곤한 '하우스 푸어'-집이 있어도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큰 가구가 57만 가구에 달한다. 이들은 곧 은퇴를 앞둔 50대와 은퇴한 60대 이상을 의미한다. 57만 가구 수는 230만여명으로, 국민의 5% 수준이다.
둘째, 거시적 경제지표는 우리 곳간을 걱정하게 한다. 남의 일로만 여겨졌던 저성장 시대의 표현, L자형 모습인 1%의 성장이 눈앞에 와있다. 과거 7~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던 80~90년대를 지나고, 2000년대 4% 모습에서 이제는 2~3% 잠재성장률로 더욱 떨어진 것이다. 원인은 수출부진과 함께 기업의 설비투자 부진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상황에 따라 대기업이 설비투자를 늦추면서 여파가 중소벤처기업에까지 미쳤다.
또한, 미래 곳간을 채울 젊은이의 일자리가 줄어 또 다른 빈 곳간이 생긴다. 기업의 고용창출 능력 저하는 젊은이에게 치명적이다. 대학생의 취업난이 가중된 근본 원인은 기업성장과 관계가 있다. 88만원세대라고도 불리는 젊은이의 모습이 8% 고성장을 하는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에서 1980년대에 태어나 시장경제 체제 아래에서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성장한 세대를 '빠링호우'(八零後)라고 불린다. 중국은 우리와는 달리 소수인 20%만이 대학을 갈 수 있는데, 이들이 졸업 후 일자리를 못 찾아 도시에서 지하방을 빌려 7~8명씩 모여 생활한다. 이런 고학력 저소득층을 '개미(蟻) 족'이라 부른다. 지능은 높지만, 힘이 없어 집단으로 모여 사는 모습이 개미와 비슷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교육에 높은 관심을 두고 있다.
누가 빈 곳간을 채울 수 있는가. 당장은 기업인이지만, 미래는 젊은 청년에 의존해야 한다. 현 정부도 대학생 일자리 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 대학은 미래 곳간을 채울 주역인 학생들의 기업가 마인드(앙트리프리너십)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
그래서 교과부는 올해부터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사업을 통해 전국 대학 61개에 창업교육센터를 만들게 해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창업선도대학 프로그램을 통해, 대전시는 대학·청년창업 500사업 등을 통해 창업을 격려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원생, 일반직장인도 어려운 창업을 경험이 부족한 대학생에 맡겨 준비 없이 밀어내기식 요구는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부모의 마음으로 내 자식인 학생들의 창업준비와 교육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창업준비에는 한 분야의 깊이 있는 지식과 함께 횡단적 지식 및 팀워크, 멘토링의 지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잘 가르칠 교수, 풍부한 교재 그리고 경험 많은 산업계 인사의 참여, 개인의 의욕 등 네 박자가 맞아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생의 도전정신과 대학의 창의적 연구 및 체계적 기업가 마인드 교육, 그리고 새로운 것을 수용하고 지원하는 사회분위기 마련이 필요하다.
곶감 빼먹기는 쉽지만, 곳간을 채우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하지 않는가. 곳간을 열어 나누는 노력도 중요한 일이다. 동시에 곳간을 계속 채우기 위해 창의적 비즈니스모델, 신기술개발, 아무도 생각 못 한 시장을 찾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고용이 적은 성장'이란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성장 없는 고용', '빈 곳간의 고용'은 불가능하다. '곳간을 채울 창업교육'이라면 그 중요성은 더욱 크고 무겁다. 지금의 일자리 위기가 '변장된 축복'이 되도록 모두가 노력하고 합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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