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용 대전성룡초 교감 |
지난 3월 18일 필자가 우리 학교 석윤희 교사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다.
학구는 아니지만, 근처에 살기에 쉬는 날에 가끔 우리 학교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그날 저녁에도 그랬다. 토요일 저녁에 이발하러 가다가 꾸벅 인사하는 여학생을 만났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우리 학교를 졸업한 이다원이라고 했다. 그냥 지나쳐도 될 텐데 인사하니 너무나 고마웠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석윤희 선생님이 가르쳤다고 했다.
우리 학교 3학년 차승연도 그랬다. 교감인 필자가 1260여 명의 학생을 기억할 리 만무하다. 아이들도 교감 선생님을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에 내려서 인사하기란 더더욱 쉽지 않다. 인사를 받고 그냥 지나친다고 해서 아이가 뭐라 할 리 없지만, 자전거에서 내려 인사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이발하러 오가던 중에 석윤희 교사의 두 제자로부터 인사를 받았고, 그것도 요즈음에 보기 드문 인사 방식이었기에 시간이 흘러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오늘 교감 선생님과 수업을 했다. 인사를 네 번이나 하고 나서야 통과했다. 처음에는 교감 선생님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는다고, 두 번째 인사할 때에는 잠바의 지퍼나 단추를 잠그지 않았다고, 세 번째는 얼굴에 미소가 없다며 다시 하라고 하셨다. 우리가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웃는 얼굴로 인사한 후 교감 선생님을 바라보자, 그때야 교감 선생님께서는 우리에게 허리 굽혀 인사를 하셨다.'
며칠 전, 담임교사의 양해를 받고 A 학급에 수업하러 들어갔을 때 학생이 쓴 수업 소감이다. 아이들은 인사를 여러 번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아이들이 인사할 때 하나씩 지적하다 보니 여러 차례 인사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인사하는데 왜 이렇게 복잡하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지퍼를 잠그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했다. 교감 선생님이 수업하러 들어온다니까 자기들이 무슨 잘못이라도 해서 혼내러 온 줄 알고 긴장했던 아이들은, 여러 차례 인사하며 처음에는 의아해했다가 나중에는 재미있다며 웃었다.
이렇게 필자가 인사를 강조하는 이유는 학창 시절의 경험 덕분이다. 수업 전에 선생님께 인사를 드릴 때 선생님도 동시에 인사를 받으셨는데, 우리가 딴 짓을 하거나 반듯하게 인사하지 않아도 선생님께서는 잘 모르셨다. 선생님께 인사하지 않고 되레 선생님의 인사만 받는 친구들도 있었다. 좋아 보이지 않았다.
교사가 된 후, 그런 경험을 떠올려 아이들에게 인사만큼은 제대로 가르치리라 마음먹었다. 우리 학급 아이들은 첫 시간 수업이 시작될 때 지퍼나 단추를 잠그느라 바빴다. 눈동자는 필자를 향했다. 얼굴에는 웃음을 머금은 후 인사를 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인사를 마친 후 필자를 쳐다봐야 했다. 필자는 아이들이 반듯하게 인사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후 답례를 했다. 물론 아이들도 필자의 인사가 끝날 때까지 필자를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정말이지 인사 잘하는 사람에겐 저절로 호감이 간다. 아무것도 주고받지 않았지만, 그냥 좋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오늘도 등교하는 아이들을 맞이하러 교문에 나간다. 아이들이 해맑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필자의 기분도 유쾌해져 저절로 웃음이 입가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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