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영수 성애노인요양원장 |
곽영수(54ㆍ서구사회복지협의회장ㆍ사진) 성애노인요양원장이 성애노인요양원 창립 61주년을 맞아 13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노인복지시설 종사자로서의 보람을 전했다.
곽 원장은 “이곳 어르신들 대부분이 연로하고 건강이 좋지 않아 질병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갖고 계신다”며 “그 분들에게 사후 세계에 대한 비전과 꿈을 심어드리고, 신앙 세계 체험을 통해 마지막 여생을 두려움 없이 평안하게 살다 가시도록 돕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1951년 6ㆍ25 전쟁중에 어머니 고 이서자 권사님은 동네에 쓰러져 있는 어르신들을 모두 삼성동 저희 집으로 모셔와 섬기셨지요. 그러자 어머니가 다니시던 대전중앙장로교회 양화석 목사님과 김만제 목사님께서 도우셔서 모금활동이 시작됐습니다. 점점 노인들 숫자가 많아지고 전쟁고아들도 늘자 어머니는 큰 집을 얻어 성애 양로원과 성애 보육원을 시작하셨죠. 성애원이라는 복지시설은 이렇게 해서 시작된 겁니다. 성애원은 '예수사랑'이라는 뜻이죠.”
이때부터 4남4녀를 둔 이서자 권사 가족의 경제적 고난이 시작됐다.
“때묻은 몸빼옷, 언제나 호미를 든 채 야채더미를 뒤지던 해맑은 얼굴의 거지대장 이서자 여사 내 어머니와 내 어릴적 여러 형제들, 그리고 성애노인들과 함께 꼬질 꼬질한 밀가루 푸대 속의 막 상해가는 고구마를 기쁨으로 나누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오릅니다.”
삼성동에서 둥지를 틀었던 성애원은 가양동을 거쳐 1969년 서구 관저동으로 이사와 오늘에 이르고 있다.
“노인복지의 요람을 꿈꾸고 왔는데 73년에 이 곳이 그린벨트지역으로 묶여 3만5000평의 땅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안타까움속에 40년간 고생만 하시다 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후 80년대 말 (주)진로 기획실에서 근무했던 곽 원장은 어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지면서 어머니의 뒤를 이어 성애원 운영을 맡게 됐다. 사회복지 공부도 이때부터 하게 됐다.
곽 원장은 성애원을 맡게 되면서 행정 전산화와 회계 분리, 식음료 납품을 시작했고, '노인마을'이라는 이름의 회보도 만들어 후원자와 자원봉사자 개발에 나섰다. 복리후생 측면에서 성애원내에 매점을 설치하고 생활용품 자율화로 시설 이용자들의 편의를 도왔다.
일에 대한 열정이 넘쳐나던 곽 원장은 지역사회복지에 큰 관심을 갖고 재가노인복지센터와 노인단기보호사업 등에도 역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2008년엔 동구노인종합복지관을 수탁받았고, 지난해엔 관저종합사회복지관을 위탁받았습니다. 관저복지관은 어린이집과 장애아동 시설, 주간보호센터도 운영중이지요.”
지난 1월부터는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지원으로 '좋은이웃들'을 창단해 복지사각지대 발굴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는 곽 원장은 “10월말 현재 404건의 실적을 올렸고, 그 중 54건이 자치단체에 연계지원 신청을 한 상황이라 전국 30개 거점 시범 사업 지구중에서 최우수지구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노후된 시설 보수와 사랑의 쌀 기증, 물품 후원 등 다양한 도움을 주시는 분들의 에너지가 좋은이웃들 봉사단 사업을 열성적으로 추진하는 에너지원이지요.”
곽 원장은 “좋은이웃들 봉사단을 알리기 위해 서구 마라톤 행사와 국제친선축구대회, 시민대청소 등에 참여해 열심히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며 “현재 가장 시급한 사안은 많은 시민들께서 소외된 이웃을 발견하는 즉시 '좋은이웃들' 봉사단에 신고해 주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 원장은 “성애노인요양원 앞마당에서 매년 봄에 펼쳐지는 구봉산 신록 사생대회와 글짓기 대회는 자칫 고립되기 쉬운 노인복지시설에 대한 편견과 의심의 벽을 사라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며 “시설과 사회가 하나가 되어 세대공감을 연출하는 이 행사는 지역사회에서 받은 사랑에 대한 자그만 되돌림의 의미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곽 원장은 “지난해 8월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사회복지투명성협의회에 전국노인시설 대표로 참여하게 돼 그토록 꿈꿔오던 사회복지시설단체 비리를 없애는 데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게 됐다”고 밝혔다. 또 “후학들을 위해 혜천대학 노인보건복지과에서 '노인복지론'을 가르치고 , 요양보호사 교육원에 출강해 실제적이고 체험적인 현장의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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