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표 대덕대 총장은 “가르치는 사람은 하루 3명의 학생과 대화하고, 5년 뒤 내가 어떤 선생님으로 비춰질까를 하루 5분 동안 생각해 보고, 하루 30분간 독서나 건강 및 취미생활 등 자아실현에 투자해야 한다”는 '3ㆍ5ㆍ30ㆍ1(법칙)'을 교육철학으로 삼고 있다. |
어려서부터 운동을 즐겨하고 좋아하다보니 초중고 시절 야구선수 생활을 했고, 대전을 대표하여 청룡기대회, 전국체전에 출전하기도 했다. 야구선수 경력은 훗날 충남대 교수로 초빙되는 계기가 됐다. 충남대에서 교수를 초빙하면서 강단에 설 수 있는 야구선수 출신을 찾은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선수 출신으로 강의와 감독을 겸해 학생들을 지도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사범학교 진학은 일제강점기를 경험한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순사나 면서기를 절대 하지 말고, 학생 가르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권한 데서 비롯됐다.
사범학교 졸업 후 시골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아이들에게 열정을 쏟았다.
특히 시골학교 아이들도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는 핸드볼팀을 구성, 지도해 성과를 거두었고, 대한핸드볼협회 부회장 등 체육계의 핸드볼 지도자로 활동하는 첫걸음이 됐다. 한해에 전국대회에서 세번이나 충남대팀이 우승하는 신화를 일궈냈다.
초등교사 신분으로 대학 및 대학원 진학을 위해 주경야독을 선택한 이유는 자칫 현실에서 안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해마다 빠뜨리지 않고 논문을 발표할 만큼 연구에 매진하는 공부벌레 교수였다. 자신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분명한 꿈과 목표를 갖고 도전하는 제자에게는 길을 열어주고자 무던히 애써 제자들을 길러냈다. 방송진행, 신문 칼럼 기고, 강연 등 왕성한 대외활동에서 건강한 삶을 위해 스포츠 활동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대중들에게 알리는 데 힘써 지역사회의 호응을 얻어왔다. 수필가로도 등단해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수상집을 두 차례나 발간하며 눈길을 끄는 글 솜씨를 보여주기도 했다.
대전교육감에 앞서 대전시 교육위원회에 진출한 것이 교육감을 하게 된 동기라면 동기다. 사범학교를 졸업한 교사 출신으로 초중등을 모두 경험한 대학교수였던 만큼 지역의 기대가 컸고, 본인도 열정적으로 의정활동을 펼쳤다. 1년간 그를 눈여겨 본 동료 교육의원들은 그를 제3대 민선 교육감에 당선시켰고, 3500여 명의 선거인단이 선출한 제4대 민선 교육감까지 8년간 교육감으로서 대전교육을 이끌었다. 2005년 8년간의 교육감 생활을 마무리하며 퇴임할 때 퇴임식을 하지 않았다. 기관장으로서 매우 이례적이면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지금도 그런 마음을 갖고 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당시 모든 구성원들이 근무하는 자리를 방문해 인사하고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동안 고마웠다고 따로 소식을 전했다. 앞으로도 총장 임기가 끝나면 퇴임식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외부인사까지 참석하는 기관장 퇴임식은 언젠가는 고쳐질 문화라고 지적했다.
민선으로 선거를 직접 치르기도 했고, 정치권의 끈질긴 권유가 있었다. 그러나 정치는 한평생 교육자를 자처한 사람이 갈 길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그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았다.
영원히 선생으로 남고 싶었고 지금도 같은 생각이란다. 홍 총장은 “어느 영역에서나 본인이 보람을 느끼는 일이라고 보면 다 존중 받아야 한다. 무엇을 웬만큼 이룬 사람이라고 보면 너도 나도 정치권에 입문하는 풍토가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 건강한 사회발전을 위한다면 걸어왔던 길을 더욱 가꾸며 지키는 일도 매우 소중하다고 본다”며 정치권과 거리를 뒀던 이유를 설명했다.
대선을 앞두고 선거에 대한 의견도 피력했다. 그는 “선거는 직접 참여하여 민주주의를 체험하는 과정이고 교육은 법을 지키는 선량한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과정”이라며 “대통령 선거를 비롯한 모든 선거에서 유권자도, 후보자도 정직한 언행, 법을 철저히 지키는 자세로써 교실에서 배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축제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교육도 선거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공통의 목표와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 대전시교육감에 선출돼 선서를 하고 있는 홍성표 총장. |
-지난 1년여 간 대학 경영권을 둘러싼 내홍을 겪었는데,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다. 대학이 어려울 때 총장을 맡아 그동안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마음을 모으는 일이 급하다고 여겨져 학생, 교직원과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고, 합리적인 주장이라면 그들이 원하는 것을 가능한 한 다 들어주려고 했다. 그것은 그들의 자존감과 관계있는 일이라서 많은 신경을 썼다. 학생들의 장학금 증액 요청을 모두 들어주었고, 이와 별도로 장학금 전체 금액을 대폭 늘려 올해는 총 95억여 원의 장학금을 확보했다. 조교 증원과 학과별 사무실 운영을 교육력 증대라는 잣대 아래 교수들의 요청을 폭넓게 수렴, 원활한 교육활동이 이뤄지도록 도우려했다. 실습이 필요한 수업의 경우 1학점 대비 시수를 일정비율 늘릴 수 있도록 시간강의료를 이전보다 크게 늘려 집행하고 있다. 교직원들의 급여체계도 호봉제를 기반으로 한 성과급제로 전환하여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교수재임용 평가의 총장점수도 전체 평가점수의 비례수준으로 하여 최대한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평가하고자 노력했다.
-전문대로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직업교육전문대학인 만큼 학생들이 능력을 인정받고 발휘할 수 있는 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교육목표로 삼고 있다. 학생들이 즐겁게 배우고, 꿈을 이루기 위해 미친 듯이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교육과정을 과감하게 뒤로 하고 산업현장에서 주문하는 인재가 갖추어야 할 필요충분조건을 확실하게 파악하여 맞춰주는 주문식 맞춤교육을 시행하고자 호소하고 있다. 취업의 꿈을 이뤄주는 '사제동행'과 교수의 실력을 물려받게 하는 '도제교육'은 직업교육대학으로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밀착형 교수-학습방식으로서 교수 시절에 이미 많은 성과를 거두었고, 이제는 총장으로서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 대덕대의 선화동 제2캠퍼스 조성 계획은 어느 정도 구체화 됐나.
▲실제 추진하는 과정에 많은 준비와 거쳐야하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아직 구상단계로 보면 되겠다. 중구 선화동에 재단 소유 부지가 있고, 대학 소유 부지도 있어서 구상하게 됐다. 실제 추진하게 된다면, 선화동 캠퍼스에는 뷰티 계열, 유아교육, 영유아보육, 호텔외식, 모델 등 서비스산업 관련 학과를 이전해 특성화시키려고 한다. 이곳에 학생들의 실습장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학교기업도 설립할 수 있겠고, 시민을 상대로 한 평생교육 프로그램도 종합적으로 검토하려고 한다. 공동화된 구도심을 활성화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금의 대덕 캠퍼스에는 기계, 전기, 전자, 통신, 군사, 자동차 등 공학계열을 중심으로 한 하드웨어 분야 학과를 차별화된 교육으로 특성화시킬 계획이다.
-40여년 교육인생을 이끌어온 교육철학을 말한다면 무엇이고, 총장 임기 동안 꼭 해보고 싶은 대학 정책은 무엇인가?
▲교육철학이라고 한다면 '3ㆍ5ㆍ30ㆍ1(법칙)'이다. 가르치는 사람은 하루 3명의 학생과 대화하고, 5년 뒤 내가 어떤 선생님으로 비춰질까를 하루 5분 동안 생각해 보고, 하루 30분간 독서나 건강 및 취미생활 등 자아실현에 투자하는 것이다. 나 자신이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고, 교육감 시절에는 선생님들에게, 대학에서는 교수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교육자는 스스로 배우며 가르치는 사람이다. '교육자가 배우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 권태롭지 않다'고 했다. 또 학생들의 눈은 '금저울'이다. 항상 학생들이 저울로 재듯이 바라보고 있다는 의식을 교사들이 가져야 한다.
- 최근 학교교육이 학교폭력, 성폭력 등 뿌리 채 흔들리는 모습이다. 두 번의 민선교육감 등 교육계에 오래 계셨는데, 공교육이 가야 할 방향은?
▲가정교육은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밥상머리에서 제대로 이뤄져야 하듯이, 학교교육이 전인완성을 목표로 전영역이 균형을 잃지 않고 교실에서 제대로 이뤄져야 학교폭력, 성폭력 등의 심각한 사회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교실의 주인인 교사와 학생이 관계설정과 교육내용이 사람다운 사람 만들기에 초점을 맞춰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특히 자신에게는 모든 것이 관대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한없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풍토, 역지사지(易地思之) 하지 못하는 분위기, 모든 것을 경쟁 일변도로 해결하려는 경쟁교육에 대한 강박관념 등이 큰 문제다. 교육현장에서 꼭 해야할 일은 아무리 어려워도 차분하게 학부모, 학교, 지역사회, 국가가 각각 고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원들의 사기진작을 바탕으로 교육에 대하여 교육자로서 사명감이 살아 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교원들의 사명감이 학교현장에 충만할 때 올바른 교육이 될 것이다.
대담ㆍ정리=오주영 문화부장ㆍ사진=김상구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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