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드 다운'은 기발한 상상력과 비주얼이 매혹적인 SF영화다. 두 행성,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포스터에 담긴 '트랜스 월드'처럼 거꾸로 마주보고 살아가는 풍경은 경이롭다. 사랑하는 남녀가 절벽에 서로 거꾸로 매달려 키스를 나누는 장면은 몽환적이다.
아래 세계의 아담(짐 스터게스)은 두 세계가 가장 가까이 맞닿은 비밀의 숲에서 위 세계의 에덴(커스틴 던스트)을 만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이끌리고 중력을 거스르는 힘겨운 사랑을 키워간다. 하지만 이곳의 법칙은 서로 다른 세계의 사람이 만나서는 안 된다는 것. 특히 부유한 위 세계는 가난한 아래 세계 사람들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금지된 사랑을 아담과 에덴은 과연 이룰 수 있을까.
자신에게 운명처럼 주어진 중력을 거역하려는 안간힘, 사력을 다해 그(그녀)의 세계에 가까워지려는 몸부림,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공중부양을 그려내기 위해 영화는 모든 걸 쏟아 붓는다.
제작진은 거대한 바퀴 모양의 방 형태의 세트장을 만들어 세트장 자체를 카메라와 함께 360도 회전시켰다. 이는 방이 아닌 방안의 가구나 소품들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데, 아담이 튕겨나가고 위아래로 뒤집히면서 두 개의 중력이 동시에 표현되는 독특한 장면을 담을 수 있었다.
감독 솔라나스는 2003년 '머리 없는 남자'로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기 위해 '머리'를 파는 상점에 들러 여러 가지 '머리'를 착용해보는 남자의 이야기다. 그는 이 남자를 통해 화려함만 좇는 대중문화와 대량 생산 체제를 꼬집었다.
'머리 없는 남자'만큼 '업사이드 다운'의 상상력은 기발하고 비주얼도 화려하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견우와 직녀 같았던 애절한 사랑은 한 여자를 향한 한 남자의 순애보에 머물고 만다. 그것도 갈수록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시나브로 식어가는 느낌이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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