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호]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선진당

  • 오피니언
  • 사외칼럼

[황인호]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선진당

[시론]황인호 대전 동구의회 의원 (전반기 의장)

  • 승인 2012-11-07 16:05
  • 신문게재 2012-11-08 21면
  • 황인호 대전 동구의회 의원 (전반기 의장)황인호 대전 동구의회 의원 (전반기 의장)
▲ 황인호 대전 동구의회 의원 (전반기 의장)
▲ 황인호 대전 동구의회 의원 (전반기 의장)
충청을 기반으로 하면서 충청민의 권익을 대변하겠다던 선진당! 지역감정을 비판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지역패권을 통해 대권을 나눠 먹었던 3김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새삼스레 무슨 뚱딴지같은 지역당이냐는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출범한 선진당이었다. 물론 그 배경에는 충청민의 권익보호라는 외양도 그렇지만, 속내를 보면 우리 지역에서도 대통령 하나 배출하지 못해서야 되겠느냐 하는 자조감이 번져 있다. 이러한 지역민의 에토스를 잘 이용하여 김종필은 1995년에 자유민주연합을 창당하였다. 창당과 함께 이내 신민당을 흡수하면서 치른 첫 지방선거에서 충청지역의 3개 광역단체장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어디 그뿐이랴, 우리와 같은 심정인 강원지역의 도지사까지 당선시켰다. 그리고 이듬해 1996년 4월에 치러진 15대 총선에서 무려 50명의 국회의원을 당선시켜 명실공히 대한민국 제2야당의 반석을 확고히 다졌다. '충청지역=자민련=녹색바람'의 등식은 이때 만들어졌다. 창당 3년만에는 김대중과 연대하여 김대중을 대통령으로 만들면서, 공동집권당이라는 호사와 함께 자신은 2인자인 국무총리가 되었다. 그러나 개인의 영욕 속에 충청민의 에토스는 흔들렸고, 충청지역의 대변자라는 이미지가 탈각되면서, 자민련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17명밖에 국회의원을 당선시키지 못했고,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겨우 4명의 국회의원 당선과 함께 전국 지지율 2.7%로 바닥을 쳤다.

김종필이 정계를 은퇴하자 바통을 받아 충청의 맹주가 된 심대평은 2006년 1월에 국민중심당을 창당한다. 창당 배경에는 한나라당의 '행정수도 이전 반대'에 대한 반발을 앞세워, 충청도의 권익은 지역정당이 사수하자는 명분을 내세웠다. 충청민의 에토스를 자극하면서 2007년 4월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심대평은 충청의 한가운데인 대전 서구을에서 당선되면서 구심력을 모으는듯 했다. 그러나 그뒤 2개월 동안 1명의 국회의원이 입당하고 2명이 탈당하는 등 의석수 5자리에 불과한 국민중심당은 항상 불안했다.

마침내 이회창을 영입하면서 국민중심당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이회창은 대통령후보 출신답게 대통령을 염원하는 충청민의 에토스를 최소한이나마 자극하였다. 2008년 창당한 자유선진당은 그 해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지역바람에 힘입어 18석의 국회의석수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잠시나마 정치력을 발휘하여 창조한국당과 함께 선진과 창조의 모임을 만들어 교섭단체가 되면서 원내 제3당으로 도약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심대평 대표가 탈당하는 등 지도부의 잦은 내홍으로 선진당 바람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상당히 위축되었다. 창당 이후 2년간 두드러질 정도로 충청권 내 타당으로부터 선진당으로의 입당러시가 있었지만, 광역단체장 1석, 기초단체장 13석, 광역의원 41석, 기초의원 117석을 건지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제19대 총선을 반여년 앞두고 지역민들의 따가운 질타를 뒤늦게 봉합하고자 이회창의 자유선진당과 심대평의 국민중심당, 그리고 이인제 의원이 충청권 통합을 호소하며 통합 자유선진당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민심은 이미 떠난 뒤여서 자유선진당은 19대 총선에서 지역구 3석밖에 당선시키지 못했다. 총선패배 이후 이회창과 심대평은 사라졌고, 이인제 의원이 남아 선진통일당으로 당명을 개명한다. 그리고 마침내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새누리당과 합당함으로써 선진당은 문패를 내렸다.

자유민주연합이 출범한 1995년부터 17년째, 국민중심당이 창당한 2006년부터 6년째, 그리고 선진당의 명패를 건 2008년부터 4년 만에, 충청지역을 근간으로 하여 충청민의 권익을 대변하겠다던 충청지역정당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를 두고 후련하다고 해야 할까?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구시대적인 정치패턴이라면 차라리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것이라고 해야 할까? 부모 속을 어찌나 썩이는지 천둥망아지같은 자식에게 '차라리 나가 뒈지라'고 했더니, 진짜 죽어 돌아와서 부모에게 복수라도 하는 꼴인가? 실로 만감이 교차한다.

합당은 큰 틀에서 가치와 목적을 함께하는 정당과 한다고 했다. 언제는 가치와 목적이 그리도 달랐단 말인가? 17년간 충청인의 에토스를 자극하며 충청인을 보호할 지역정당이 꼭 필요하다고 역설해왔다. 지도부의 끊임없는 갈등으로 충청인들이 외면하자 대전역 앞에서 석고대죄하며 큰 절로 용서를 빈 지 7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 용서를 받지 못해 총선에 실패하자, 이제 아예 문을 닫았다. 왜 문을 닫기 전에 충청인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그동안 17년간 도와주셔서 고맙다는 말한마디 못하는 걸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2.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3. aT, '가루쌀 가공식품' 할인대전 진행
  4. 국립농업박물관, 개관 678일 만에 100만 관람객 돌파
  5.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1. 농림부, 2025년 연구개발 사업 어떤 내용 담겼나
  2. 사회복지법인 신영복지재단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저소득어르신에게 쌀 배분
  3. 제27회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상, 10월 28일 열린다
  4. 해외농업·산림자원 반입 활성화 법 본격 시행
  5. 농촌진흥청, 가을 배추·무 수급 안정화 지원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