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선]투표시간 연장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제선]투표시간 연장

[세설]김제선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

  • 승인 2012-11-07 14:08
  • 신문게재 2012-11-08 21면
  • 김제선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김제선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
▲ 김제선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
▲ 김제선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
한국의 민주주의는 잘되고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걱정스럽다”이다. 그 까닭은 낮은 투표율 때문이다. 지난 5월의 프랑스 대선 투표율은 80.34%, 7월에 치러진 베네수엘라 투표율은 80.94%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80.7%였으나 2002년 70.8%를 기록하고 2007년에는 63%를 기록했다. 투표율이 계속 추락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3분의 2도 투표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선됐다는 이야기다. 한 일간지의 전문가 조사로 확인된 이번 대선의 예상 투표율은 68.1%였다.

국민의 민주주의와 정치 행위 가운데 가장 중요한 대통령 선거 투표율이 계속 추락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여주는 일이다. 낮은 투표율과 이에 따른 낮은 대표성은 민주정치의 대표성과 신뢰성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대한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너도나도 말하는 정치개혁의 핵심은 국민들의 참여이고 그렇다면 여야 정치인들은 투표율 추락을 반전시키는 일부터 해야 하지만 뚜렷한 행동이 없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실제 기권한 국민은 왜 투표하지 않을까? 국회입법조사처의 지방선거 기권자들의 사유 조사에 따르면 55.8%가 바빠서 투표를 못 했다 한다. 비정규직이나 알바 등으로 투표하기 어려운 유권자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현행 투표시간은 1971년에 제정된 기준인데 그 사이 사회구조가 변화하여 비정규직과 자영업자가 늘어났고 직장인들의 업무 시간은 길어졌다. 투표율 하락이 정치적 무관심과 불신 때문이 아니라 선거권 행사 시간이 제한되어 선거권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국민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정규직 등 근무시간이 일정하지 않거나 소규모자영업자 등 대체근무자 없이 장시간 근로를 해야 하는 국민에게도 투표권을 줄 수 있는 단순한 방법은 무엇일까? 해답은 단순하다. 투표시간을 연장하면 된다.

실제 영국과 이탈리아는 밤 10시까지, 일본과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저녁 8시, 캐나다는 저녁 8시30분까지 투표시간을 정하고 있다. 많은 선진국이 투표시간을 길게 정하여 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한다.

국민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 의하면 투표시간 연장에 찬성하는 국민이 60~70% 수준에 이른다. 야권후보지지자들의 90%가 찬성하고 있지만, 박근혜 후보 지지자의 절반에 가까운 43%도 투표시간 연장에 찬성하고 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가 많은 60대에서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에서 찬성했지만 50대 유권자조차 투표시간 연장 찬성이 많았다. 그뿐만 아니라 40~50대도 찬성하고 심지어 박근혜 후보 지지자의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가 찬성하는 것이 투표시간 연장이다.

투표시간 연장에 따른 비용 문제도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투표소 시간 연장 비용으로 40억 원, 개표시간 연장 비용 8억 원, 부재자 투표소 비용 3억 원으로 총 50억 원 수준이다. 투표시간 연장으로 최소 2.5% 투표율이 올라간다면 약 100만 명이 더 투표에 참여하는데 50억 원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대선후보들과 정당들에게 국가가 지원하는 비용이 900억 원이 넘는다. 유력후보 세 명에게 지원하는 900억원과 최소100만명을 위한 50억 원,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정말 비용이 문제가 된다면 선거를 위해 지원하는 정당과 후보자 지원금을 줄여서라도 투표시간 연장 비용을 만들 수 있다. 지난 총선 때부터 시작된 재외국민 투표에 따른 비용은 213억 원이었다. 223만 명의 재외국민 중 12만 명(5.5%)이 등록하고 5만6000명(2.5%)만이 투표한 것에 213억 원을 사용한 것이다. 이에 비하면 투표시간 3시간 연장에 드는 50억 원은 큰 비용이라고 볼 수 없다.

누가 이기든 높은 투표율의 대표성과 신뢰성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국민의 기본권인 선거권을 보장해주기 위한 투표 시간 연장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