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배 목원대 총장 |
지역 대학생들의 지역기업에 대한 인식이나 선호도가 낮은 것이 비단 대전지역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나 지역 규모에 비해 대학의 수가 많은 현실을 감안한다면 결코 간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역기업과 지역 대학생들이 점점 더 서로를 멀리하는 원인이 어느 한쪽에만 있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대기업에 비해 낮은 연봉과 자기발전의 어려움, 지역기업에 대한 무관심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서로에 대한 정보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대학을 비롯한 대전지역의 모든 대학에서 매년 취업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다. 피상적인 정보제공이나 일시적인 행사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닌 것이다. 사실 취업률이 대학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입장에서 지역 기업이야말로 가장 먼저 눈을 돌려 찾아야 하는 기회의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인재가 여전히 서로를 멀리하는 불편한 현실을 어떻게 할 것인가?
혹자는 지역기업에 취업하겠다는 대학생들의 이유가 고작 출퇴근이 쉬워서인가라고 비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대학생들의 솔직한 대답 속에 어쩌면 지역인재를 지역기업으로 돌릴 수 있는 중요한 비밀이 담겨 있을 수 있다. 그렇다. 열쇠는 바로 '가까움'에 있는 것이다. 구인이나 구직이 본질적으로 선택의 문제라는 점에서 각자 선택의 유인동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보다 나은 근무조건과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중요할 것이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보다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최우선의 목표일 것이다. 상투적인 구인·구직의 과정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가장 기본적인 문제를 놓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업과 인재를 서로 이어주는 것을 흔히 결혼에 비유하더라도 우선은 서로가 만나고 상대방을 알아갈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이미 지난 7월 대전에서도 '희망이음 프로젝트'의 대전·충청 발대식을 한 바 있다. 지방의 인재는 서울로, 건실한 지방의 기업은 서울의 인재를 원하는 서글픈 현실에서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둘을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다. 비록 중앙정부 주도의 프로젝트이지만 그 성과를 논하기 전에 구인·구직의 당사자들에게 체험과 대면의 기회를 제공하고 소통을 통한 일자리 마련의 패러다임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충분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는 보다 지역적인 희망이음의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할 때다. 지역대학이 지역인재를 담아 키우고 그릇이라면 그 그릇에 담겨있는 소중한 자원을 지역기업으로 고스란히 옮겨 담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지역의 각 대학들이 취업률 경쟁에서 잠시 벗어나 각자가 가지고 있는 밑천을 한 곳으로 모아 대학생들과 지역기업이 함께 부대낄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흔히 말하는 네트워크의 효과는 사용자의 수가 증가할수록 상호작용을 통해 이익이 증대되는 법이다. 단기적으로는 각 대학들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을 것이나 대학생과 지역기업의 인식과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휴먼 브릿지가 없이는 지역기업과 지역인재의 가까움은 머나먼 미래일 뿐인 것이다. 필자는 오늘 지면을 빌려 지역대학 모두의 참여를 간절히 제안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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