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한]아동음란물 소지죄, 그리 간단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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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한]아동음란물 소지죄, 그리 간단치 않다

[수요광장]이봉한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 승인 2012-11-06 14:14
  • 신문게재 2012-11-07 21면
  • 이봉한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이봉한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 이봉한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 이봉한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아동 음란물에 관한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보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소지는 법정형이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아동음란물을 제작하고 유포하는 것이야 당연 처벌대상이라 여기지만 동영상, 사진, 만화, 애니메이션 등을 소지만 해도 처벌받는다는 점에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소지 자체가 금지되므로 마약과 같이 일종의 금제품이 되는 꼴인데 심지어는 다운받았다가 삭제한 경우도 계속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해당 사진이나 동영상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저장되면서 재생된 경우, 이 사실을 알면서 봤다면 소지 행위에 해당된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실제 아동청소년 출연 음란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자들이 대거 적발되기도 했다.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이 각종 성폭력 범죄의 원인으로 지적되었다는 것이 한 근거인 모양이다.

이쯤 되면 전과자 양산의 새로운 통로가 열린 것은 아닐까? 무릇 범죄예방정책에는 처벌이 엄격하고 확실하며 신속할수록(severe, certain, swift) 범죄율이 감소할 것이라는 억제이론이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른다면 소지행위에 대해서도 반드시 그리고 신속하고 엄하게 처벌해야 맞을 것이다.

그처럼 간단한 문제일까? 집중단속으로 처벌 대상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전과자의 대량 양산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비범죄화 사상에 역행하는 것이다.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반할 소지가 크다. 형법상 일반 음란물은 판매 등 목적이 아니라면 소지자체를 처벌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단순소지와 범죄와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과연 아동음란물을 소지하는 행위가 성범죄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보는 근거가 무엇인가? 이와 유사하게 포르노는 범죄를 촉진하는가? 사실 이 부분은 폭력영상의 효과보다도 연구가 곤란한 분야에 속한다. 일반 실험참가자에게 포르노영상을 보여주고 성욕이 증가했는가를 조사하는 실험을 행하는 것은 윤리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성범죄자와 다른 범죄자에 대해 범죄 전 포르노 시청량(일주일에 몇 번 정도 강간포르노를 보았는가 등)이나 기호에 차이가 있는가를 조사한 연구가 행해졌지만 두 집단 간에 차이가 없었다.

그렇다면 포르노 허가 전후나 포르노규제 전후에 성범죄의 발생률에 차이가 있을까? 이에 관한 연구도 많은 나라나 지역에서 행해졌지만 포르노 효과는 검출되지 않았다. 주목할 만한 것으로 미국에서 강간사건이 많은 주(州)와 적은 주는 어떠한 요인에서 차이가 있는지 조사가 행해졌다. 그 결과, 독신남성의 수나 실업률 등의 요인과 함께 포르노 입수가 용이한 주 쪽이 성범죄가 많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단순소지 처벌의 정당화가 가능하겠다.

생각건대 형법과 달리 아동출연 영상물 소지를 처벌하는 이유는, 아동을 보호하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고, 아동대상 성범죄자가 정신이상이나 심리적 장애인이라는 편견과 달리 평범한 사람들인 점을 수용한 결과일 것이다. 또한 포르노가 독신남성이나 부부성클리닉에도 유익할 수 있다고 해도 아동대상 영상물과는 다르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지에 대해 성범죄위험성을 전제하고 처벌하는 것은 위험형법이 될 수 있다. 위험한 음주운전을 억제한답시고 차 안의 술병소지도 처벌하겠다는 발상과 유사하다. 단순소지를 지속적으로 단속하는 것은 한정된 수사인력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 정작 '잠재적 성범죄자'로 추정되는 소지자들은 스스로를 어떻게 여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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