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인연' 60년만에 감격의 해후

이송래씨, 전공의 김선이씨 수술 후 고마움 잊지 못해 수소문 끝 재회

▲ 환자와 의사의 인연으로 알게 된 이송래씨와 김선이씨가 지난 3일 건양대병원에서 60여년 만에 다시 만나 감격의 해후를 나누었다. <사진 왼쪽부터> 건양대병원 심장내과 김정식 석좌교수(김선이씨 남편), 이송래씨, 김선이씨, 전북대병원 신장내과 박성광 교수.

“60여년 전 나를 치료해준 여의사를 꼭 한번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정말 꿈만 같습니다.”

건양대병원 심장내과 김정식(86) 석좌교수의 아내인 김선이(84)씨가 그녀가 전공의 시절에 치료했던 환자와의 사연이 알려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미국 노스웨스트 크리스천 대학교수인 이송래(73)씨.

1952년 전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이씨는 동급생이 무심코 던진 돌에 눈 주위를 맞아 그 자리에 쓰러졌다. 피범벅이 되어 오른쪽 눈을 뜰 수 없는 상황에서 병원으로 옮겨졌다.

희미한 수술실 불빛아래 실명에 대한 두려움에 떨던 이씨를 수술해준 의사는 전공의 김선이씨였다.

김씨는 “다행히 시력에는 큰 지장이 없어 보이지만 오른쪽 눈 위에는 수술 흉터가 남을 것”이라며 이씨를 안심시키고 수술 해주었다.

시간이 흘러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대학교수가 된 이씨는 그 당시 자신을 치료해준 의사를 만나 꼭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당시 치료를 받았던 병원에는 여자의사가 한사람 밖에 없었다는 사실과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씨가 업무차 한국에 들렀는데 김씨도 남편이 근무하고 있는 건양대학교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3일 한걸음에 달려와서 60년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서로를 얼싸안으며 대화를 나누던 이들은 60여년전 환자와 의사로 되돌아가 그때를 추억하면서 서로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씨는 “당시 어린나이에 수술에 대한 불안감이 많았는데 너무 친절하게 설명해주면서 치료해준 여자의사의 고마움을 그동안 마음속에 간직하면서 살아왔다.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그동안 소아과 의사로 미국에서 진료해온 김선이씨는 “내가 진료한 환자분이 고마움을 잊지 않고 찾아와준 것에 의사로서 보람을 느끼고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