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
통합선언을 한 다음 날 이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새누리당과 선진당의 합당은 “큰 틀에서 가치와 노선을 공유하는 두 정당이 손잡는 것이어서 자연스럽고 좋은 일”이라고 자평했다. 참으로 뻔뻔한 발언이다. 불과 몇 달 전 총선에서 무능하고 부패한 새누리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은 헛소리였다는 말인가? 이명박 정권 들어 행정도시와 과학벨트 문제로 그토록 충청인의 가슴에 대못질을 하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정당에 일방적으로 흡수되는 것이 자연스럽고 좋은 일이라는 것인가?
후안무치(厚顔無恥)함에 있어서는 염 시장도 덜하지 않다. “정치적 결단에 있어서 개인의 정치적 신념이 중요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지역발전이라는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합당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있다. 2014년 대전 시장에 재도전하겠다는 노욕 때문에 그 동안 민주당과 새누리당 사이에서 저울질하던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데 지역발전을 위해 새누리당에 입당한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거대 정당의 후보를 시장으로 선출하는 것이 옳은 일이었고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차기 대전 시장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지역발전을 위해 새누리당에 입당한다고 했으면 어느 정도 공감을 얻었을 것이다.
10년 전 대전시장 선거에서 염 시장은 상대 후보인 홍선기 시장을 공격하면서 “대전시 청사에서 회갑을 맞았던 홍 후보가 대전청사 안에서 칠순 잔치를 치르게 할 수는 없다”며 나이 공세를 취했다. 현재 만 68세인 염 시장이 다음 대전시장에 당선되면 대전시청에서 칠순 잔치를 하게 될 상황이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법이다. 이 의원과 염 시장은 권력양지를 따라 끊임없이 당적을 옮겼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럴듯한 말로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지만 교언영색(巧言令色)에 불과하다. 전형적인 정치철새의 모습이다. 아니 정치철새라는 용어는 너무 사치스럽다.
선진통일당과 합당을 추진하는 새누리당은 무슨 정당인가? 정당 이름까지 바꿔가면서 변화와 쇄신을 추구한다고 했다. 약속과 신뢰를 중시하는 정치인으로 입지를 다진 박근혜 후보는 이제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에 도전하고 있다. 과거 세력과의 단절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자고 외치고 있다. 이러한 정치혁신의 과정에서 선진당의 흡수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정치적 퇴물을 영입하여 충청도 민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구시대적 작태에 불과하다. 이들을 받아들여 어떻게 새로운 정치를 구현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것이 박 후보가 말하는 ‘국민대통합’의 정치인지 묻고 싶다.
대통령 선거는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정치행사이며, 국민의 꿈과 희망을 담아 정책으로 표출되는 국민적 축제이다. 국가의 비전을 놓고 여야 간 한판 승부를 벌이는 멋진 경쟁의 무대이다. 정치철새의 당적변경 행위가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혐오감을 증폭시켜 정치를 희화화시키고 국민적 축제를 망치고 있다. 이 의원과 염 시장에게 간곡히 권합니다. 그동안 할 만큼 하지 않으셨나요? 이미 2,500년 전에 공자께서 나이 들어 노년기에는 탐욕을 경계해야 한다고 하신 말씀을 아시지요. 이제 지역의 원로로서 그만 좀 하시고 후배들을 위해 너그러운 울타리가 되어 주실 수는 없는 것인가요?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