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앤디컷 우송대 총장 |
저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되었던 APEC 정상회담이 끝난 2주 후에 그곳에 갔습니다. 그곳 역시 가을이라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때였던 것 같습니다. 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사람들은 따뜻하다 못해 뜨겁기까지 한 '인디언 써머'가 오는 것을 여유롭게 즐기고 있었습니다.(미국에서는 가을 중에 따스한 날씨가 찾아오면 인디언 써머라고 부릅니다. 러시아에서는 그랜드마더 써머라고 하지요)
우리 일행은 블라디보스토크 경제학 서비스학 주립대학교(Vladivostok state University of Economics and Service)의 45주년 행사에 참여할 목적이었습니다. 그 대학은 재학생이 2만 여명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고, 전 러시아의 사회지도층을 배출한 명문대입니다.
4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성대한 기념행사가 열렸고 수많은 행사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여행 일정이 변경되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를 관광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러시아 정교회의 수장인 총대주교가 방문해 특별한 종교의식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도심과 주변의 도로가 차단될 것이라는 겁니다.(러시아에서는 어느 지역에 귀빈이 방문할 때는 보안상의 이유로 모든 도로를 차단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현수교로 연결된 러시아 아일랜드를 방문하고 APEC 정상회담을 위해 건설된 새로운 시설들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블라디보스토크의 새로운 곳을 둘러볼 기회를 얻게 된 셈이었습니다. 도심을 빠져나가면서 새로 지어진 아파트 건물들과 아름다운 단독주택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전 매우 놀랐습니다. 차들은 넘쳐나고 도로가 확장되면서 그에 알맞게 활기찬 도시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러시아 아일랜드에서 돌아온 후, 우리는 대학의 45주년 기념 의례 행사에 참석할 준비를 했습니다. 제가 긴장해야 할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제가 바로 러시아어로 연설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1954년부터 1958년까지 저는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러시아어를 공부했습니다. 제가 정치학으로 학사 학위를 받은 곳이기도 하지요. 제가 러시아어를 배운지 벌써 54년이 흘렀고, 그동안 저는 러시아어로 말할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저와 함께 동행했던 직원 하나가 도와주어서 다행히 저는 몇 주 전부터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연단에 올랐을 때, 조명이 너무 강해서 제 앞에 500명의 사람들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게 더 도움이 되었는데 마치 밝은 전등에 대고 발표를 하는 것처럼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대학교 총장으로 있는 미국인인 제 입에서 러시아어가 나올 거라고 기대 하지 않았던 청중들은 놀랐고, 덕분에 제 연설은 아주 잘 전달되었습니다. 그 대학의 총장과 함께 TV 방송에 나가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타국에 갔을 때 그 나라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는 걸 다시 깨달았습니다.
1994년과 이번, 두 번의 방문을 통해 러시아의 변화를 보았습니다. 사람들의 눈을 보고 저는 미래에 대한 러시아의 희망을 읽었습니다. 1994년에 군항에서 길을 걸었을 때 공허한 시선을 가진 많은 선원들을 마주쳤습니다. 그 당시 경제 상황이 너무 나빠서 해군은 선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집세나 전기·가스등의 비용을 전혀 대주지 못했습니다. 저는 러시아 태평양 함대의 함선들을 가족들을 위한 숙박시설로 사용하는 것을 본 적도 있고 아파트의 난간처럼 대포위에 걸린 빨랫줄도 보았습니다.
요즘 그런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부둣가는 깔끔하게 정비가 되었고 도시와 항만은 미래 지향적인 외경을 띠고 있었습니다. 공식적인 행사를 마친 후 현대식 쌍동선을 타고 항구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눈길 닿는 곳마다 새로운 건물과 집들이 있었고 오래된 집들은 과거의 영화를 불러일으킬 만큼 재 단장되어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이웃을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꽤 즐거울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곳 사람들은 영어를 잘 구사하고 풍부한 해산물도 맘껏 즐길 수도 있을 겁니다. 단, “고맙습니다” 를 러시아어로 “스파시보”라고 한다면 더 친절한 러시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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