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선]곤지왕 심포지엄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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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선]곤지왕 심포지엄을 다녀와서

[기고]이창선 공주시의회 부의장

  • 승인 2012-10-28 13:13
  • 신문게재 2012-10-29 21면
  • 이창선 공주시의회 부의장이창선 공주시의회 부의장
▲ 이창선 공주시의회 부의장
▲ 이창선 공주시의회 부의장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공주에서 무령왕만큼 유명한 인물은 없을 것이다. 중·고등학생은 물론이고, 웬만한 초등학생들도 무령왕과 무령왕릉에 대해서는 곧잘 알고 있으니 공주의 대표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무령왕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지만 무령왕의 아버지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얼마 전 무령왕국제네트워크협의회 관계자가 일본에서 개최되는 곤지왕 심포지엄에 다녀오자는 제의를 해왔다. 평소 의원으로 있는 동안은 외유성 외국 출장은 가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터라 처음에는 썩 내키지 않았다. 더구나 곤지왕 심포지엄이라니. 알지도 못하는 남의 나라 인물에 대해 여는 심포지엄까지 참석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재차 독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외유성'이 아니란다. 오히려 심포지엄에 참석하려면 상당한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켜 줬다. 뿐만 아니라 곤지왕이라는 인물은 일본사람이 아니라 실은 무령왕의 '아버지'라는 사실도 알려줬다.

곤지왕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보고, 더구나 일본에서 심포지엄이 개최된다고 해서 당연히 일본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일본사람이 아니라 무령왕의 '아버지' 라는 설명을 듣는 순간 너무나도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정도였다.

그래도 공주 토박이로 살아오면서 공주에 대해 알만한 것은 다 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무령왕은 알면서도 무령왕을 낳고 기른 '아버지'를 모르고 있었다니. 마음을 바꿔 참석하기로 했다. 모르고 있었다는 부끄러움이 이 기회에 곤지왕에 대해 알고야 말겠다는 오기로 바뀐 셈이다.

'백제 곤지왕 도일(渡日) 1550주년 국제학술심포지엄'은 오사카부(大阪府) 가시와라시(柏原市)에서 열렸다. '가라츠 아스카와 곤지왕'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한국 학자 대표로 공주대 서정석 교수와 일본 학자 3명 등 총 4명의 발표가 있었다. 사실 심포지엄 장소로 가면서도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그저 곤지왕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알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데 심포지엄이 열리는 강당에 들어서는 순간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심포지엄이라면 으레 발표자와 토론자, 그리고 관심 있는 사람 몇 명 정도가 모여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강당의 문을 여는 순간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그 넓은 강당에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어림잡아도 600명은 넘어 보였다. 우리의 조상임에도, 그것도 공주의 대표적인 인물 무령왕의 아버지임에도 나는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는데, 여기서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강당을 가득 채우고 있다니. 또 한번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심포지엄은 알아듣지도 못하는 일본어로 진행됐다. 거기 모인 사람들이 온통 일본사람 뿐이니 당연한 현상이었다. 심포지엄에 참석하는 것이 '고통' 일 것이라고 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오후 내내 4시간여 동안 발표를 듣고, 자료집을 보면서 곤지왕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됐다. 여러 발표자들의 견해를 종합해 보면, 곤지왕은 한성시대 백제 마지막 왕이었던 개로왕의 동생으로 태어나 서기 461년에 일본으로 가다가 규슈 앞 작은 섬 가카라시마(加唐島)에서 무령왕을 낳고, 그 뒤로도 일본에서 활약하다 477년에 귀국해 생을 마감한 것으로 된다.

우리의 조상임에도, 그것도 공주를 대표하는 인물임에도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하던 것을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조상 모시듯 하고 있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비록 내 스스로 찾아서 알게 된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곤지왕이 어떤 인물인지, 그리고 무슨 일을 하다가, 어떻게 생애를 마감했는지 우리 손으로 밝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역사 속에 숨어 있는 인물을 찾아내서 스토리텔링하는 것이야말로 고도 공주를 좀 더 다채롭게 꾸밀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귀국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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