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은주 교수 |
손은주 목원대 교수는 묻는다.
“'옛날 옛적에'로 시작해 '마침내 잘 살았다'로 끝나는 옛 이야기들, 과연 우리는 동화를 아는가.”
#헨젤과 그레텔, 절박한 민중의 소망과 꿈을 담다='헨젤과 그레텔'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시대적 배경은 참담하다.
17세기까지 유럽은 굶어 죽을 만큼 가난했다. 전쟁과 대기근 등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식에게 도둑질과 구걸을 시켰고, 팔아넘기기도 했다.
손 교수는 “헨젤과 그레텔은 절박한 민중의 소망과 꿈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생존이 어려웠던 시절, 배부르게 먹고 좋은 옷을 입고 안락한 집에 사는 것이 보편적인 꿈이었다. 숲 속에서 길을 잃었던 아이들 앞에 산짐승이 아니라 주린 배를 채워줄 과자 집이 나타난 것도 이런 연유다.
#헨젤과 그레텔을 버린 건 생모(生母)= 동화에서 오누이를 버리자고 한 것은 계모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림형제의 동화집 초판에서는 생모였다.
하지만, 그림형제가 출판됐던 19세기 초반, 생모가 자식을 버린다는 건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였다.
결국, 생모는 계모로 바뀐다. 아이들의 정서에 득이 될 수 있어서다.
손 교수는 “전래동화에서 착한 생모와 악독한 계모를 구분하는 이분법은 어린애들에게는 상당히 유익하다”고 했다.
#헨젤과 그레텔, 현대판 창작동화로 이어지다='헨젤과 그레텔'은 아이들이 마녀나 괴물을 용감하게 물리치는 이야기다.
오늘날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등 판타지 동화들로 이어진다.
이들 창작동화의 요체는 바로 나약한 소년이 엄청난 악의 존재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권선징악이 아니라 악마나 마녀들을 일망타진하는 쾌거가 아이들의 열광과 환호를 부른다.
손 교수는 “부모로부터 독립해 성장하고 완성에 이르는 고난의 여정이라는 높은 차원, 즉 통과의례의 의미를 전래동화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구리 왕자', 동물학대자와 공갈협박자의 만남(?)=동화, '개구리 왕자'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대게 순수한 사랑이야기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시각으로 들여다보자.
공주는 맘에 들지 않는 개구리를 벽에 던진다. 잔혹한 동물학대자다. 요즘이라면 동물보호협회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을 것이다.
개구리는 어떤가. 개구리는 어린 공주에게 장난감 공을 찾아주고 자기를 평생 데리고 살라고 요구한다. 장난감을 미끼로 미성년 소녀에게 사랑을 강요한 공갈협박자인 셈이다.
#'개구리 왕자', 남녀의 성적 성숙을 보여주다='개구리 왕자'의 핵심적 의미는 무엇일까. 유럽의 민속적 관념에 따르면, 개구리는 남자 성기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질척질척한 곳을 드나들고 몸을 팽창ㆍ수축하기 때문이다.
어린 처녀에게는 너무 징그러운 것이다. 공을 건져줄 때, '친구가 되어달라, 데리고 놀아 달라'는 정도로 소박했던 개구리의 요구는 침대에서 같이 자게 해달라는 요구로까지 발전한다.
원초적인 남녀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손 교수는 “공주가 처음에 혐오감을 보이다가 개구리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성에 대한 처녀의 두려움과 극복 과정, 즉 남녀의 성적 갈등과 성적 성숙을 보여주는 과정이라는 견해가 많다”고 말했다.
#패러디, 전래동화를 바꾸다=전래동화에는 남성중심적인 사고가 많다. 신데렐라와 백설공주는 예쁘고 얌전하며 순종적이다. '여성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다.
이런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패러디다.
하지만, 역기능도 있다.
얄팍하고 피상적 기교,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엽기적 발상, 근거 없는 추리. 그래서 원작을 모른 독자는 패러디를 원작으로 착각하고 미성숙한 독자에게 혼동을 준다.
손 교수는 “알고 봐야 한다. 그래서 동화는 원작을 먼저 읽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전래동화를 읽는 방식”이라며 “내가 던지고 싶은 질문이 바로 '우리가 동화는 아는가'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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