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민주화 투쟁을 소재로 빌려왔지만 기둥줄거리는 중국집 배달원과 여대생의 사랑이야기다. 육상효 감독은 웃고 울리는 재주가 남다른 것 같다. 취업이 안 되는 청년백수가 외국인 노동자로 위장 취업하는 '방가? 방가!'에서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를 웃음 속에 따뜻하게 담아냈듯,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에서도 연신 폭소탄을 안기면서도 따뜻한 휴머니즘을 잃지 않는다.
김완선의 노래 '오늘 밤'이 '민중가요'가 되는 것은 폭소급 센스다. 경찰에 포위돼 배곯은 학생들에게 철가방 배달원들이 짜장면을 건네주고 전투경찰까지 함께 앉아 짜장면을 먹는 장면은 가슴이 따뜻해진다. 웃음의 8할은 김인권이다. 천의 얼굴로 '원맨쇼'에 가까운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맛깔나게, 사랑하는 여자 앞에선 수줍게, 때론 잘 보이려고 허세도 부리는 대오는 서툴고 부족해서 더 애틋하다. '평미남(평균 미만의 남자)', 소시민의 모습을 '대체불가'로 뽑아낸다.
'건축학개론'의 납뜩이 조정석이 '민중가요의 조용필'로 등장하고, 박철민의 유쾌한 애드리브, 김기방의 어눌한 대학생, '순돌이' 이건주의 허기진 연기가 재미를 더 한다. 주성치식 코미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만끽할 수 있을 듯하다. 그렇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청춘은 뜨겁고 사랑은 혁명이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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