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야, 좀 더 잽싸게, 팔 쭉 뻗고, 그래 좋았어.”
24일 오전, 한화이글스 마무리훈련이 한창인 대전 한밭구장. 전종화 코치가 신인급 내야수 임경준과 조정원을 데리고 포구와 송구 지도에 열중이다.
전 코치는 공을 안전하게 잡도록 무릎 굽히는 각도와 발동작, 송구까지 몸소 시범을 보였다. 새내기 독수리들은 전 코치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칠세라 눈빛을 번득이며 굵은 땀방울을 연신 쏟아냈다.
바로 옆에선 ‘바람의 아들’ 이종범 코치가 군 제대 후 내년 시즌 복귀를 앞둔 외야수 박상규 지도에 열을 올렸다. 이 코치는 티 배팅기에 직접 공을 올려주며 박상규의 타격 폼을 교정해 줬다.
배팅게이지 옆에선 김종모 코치가 최진행, 이여상 등 주전급 선수들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때로는 후배들의 타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고 빨랫줄 같은 타구가 나왔을 때에는 “그래 그거야”, “나이스”라며 힘을 불어넣었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한화는 지난 16일부터 한밭구장에서 마무리 훈련에 돌입했다. 개인적 사정으로 빠진 박찬호, 김태균, 송신영을 빼고 1,2,3군 전원이 이에 참여하고 있다.
마무리훈련이라지만 사실상 훈련 강도는 스프링캠프와 맞먹는다. 지난해에는 마무리훈련을 오전에만 실시했다.
하지만, 김응용 감독 부임 이후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훈련량을 늘렸다. 10시께 몸 풀기가 시작되는 데 엑스트라(정규 훈련시간 외에 추가로 하는 훈련)까지 자청한 선수들은 오전 8시부터 나와 비지땀을 쏟고 있다.
4일 훈련 뒤 하루 휴식하는 강행군을 소화 중이다. 실제 이날 훈련 도중에도 여기저기서 거친 숨을 내쉬며 “장난 아니다”, “(스프링) 캠프에 온 것 같다”라고 높은 훈련 강도에 혀를 내두르는 선수들의 탄식이 들리기도 했다.
선수만 고생하는 것은 아니다. 코칭스탭과 프런트도 차질 없는 훈련을 위해 오전 7시부터 야구장에 나와야 하는 수고를 감내하고 있다.
애주가로 소문난 김성한 수석코치가 “요즘은 술 마실 시간이 없다”라며 엄살을 떨 정도다. 야구장에서 수레에 장비를 나르던 한 구단 프런트는 “힘들어 죽겠다”고 하소연했다.
한화가 이처럼 사상 유례 없었던 고강도 마무리훈련을 하는 것은 김 감독과 코칭스탭의 의지 때문이다.
김 감독은 “아직 선수들을 모두 파악하지는 못했다”며 “(올시즌) 성적이 안 좋으면 연습이라도 많이 해야 하지 않나”라며 맹훈련 이유를 설명했다.
김성한 코치도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하고 프로로서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야 하는 책임감도 기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마무리 훈련 목적을 분명히했다.
독수리군단의 지옥 같은 마무리 훈련은 11월까지 계속된다. 한화는 11월부터 서산 2군 구장으로 장소를 옮겨 5일 훈련 1일 휴식의 일정을 이어간다.
서산에서는 이틀에 한 번꼴로 연습경기를 가지며 실전감각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최근 4시즌 동안 꼴찌만 3번 한 한화가 올겨울 맹훈련을 통해 내년 시즌 어떠한 모습으로 환골탈태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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