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인문학의 우려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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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인문학의 우려와 미래

[세설]김우영 작가, 대전중구문학회 사무국장

  • 승인 2012-10-24 13:57
  • 신문게재 2012-10-25 21면
  • 김우영 작가김우영 작가
▲ 김우영 작가, 대전중구문학회 사무국장
▲ 김우영 작가, 대전중구문학회 사무국장
지난 주말 금산 중부대학교에서 열린 사단법인 한국청소년동아리연맹 경연대회 백일장 부문에 심사위원으로 참여를 하였다. 건원관에서 진행된 행사장 주변 산야에는 파아란 하늘 아래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 들어가는 아름다운 계절 시월이건만 심사위원석에 앉아있는 필자는 마음이 편안하지 못했다.

이유는 심사위원석 테이블에 있는 백일장 지정 원고지를 받아가야 할 학생들이 오질 않아서다. 반면 악기연주와 노래, 댄스 등 무대공연쪽에는 수 백명의 학생들이 몰려다니며 웃고 박수를 치는 등 축제 분위기인데 반해 백일장 심사석에 앉아있는 이정윤 아동문학가와 필자는 답답한 심정이었다. 낮 12시에 지정 원고지를 받아 오후 3시에 접수를 마쳐야 하는데 오후 2시가 넘어가도록 글을 쓰기 위해 원고지를 가져가는 학생은 불과 손가락안이었으니 오후 5시에 심사결과를 마쳐야 할 심사위원석은 좌불안석이었다.

한국청소년동아리연맹 대전·충남 총재를 맡고 있는 이창기 대전발전연구원 원장과 이 현실을 우려와 기대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장님 정녕 이처럼 오늘날의 인문학은 죽어가고 있을까요?”

“그래요. 참으로 답답하군요. 저기 무대 공연장을 보세요. 청소년들이 박수치며 웃고 떠들고 좋아들 하는데 정작 이곳 백일장석은 잠을 자고 있으니 참내….”

“원장님, 그러나 대전시나 서울 노원구에서는 남 다르게 인문학을 실제 실천하며 운영하고 있잖아요. 대전시의 고전읽기 논어(語)교실과 명심보감 개강, 중구의 평생학습 프로그램의 독서나 인문학 운영 등이 보기좋은 사례이지요. 그리고 서울 노원구에서 '현대판 알성시(謁聖試)과거시험'에 비유되는 승진시험에 논술제도 도입운영은 우리의 인문학에 미래를 한층 밝게 여는 제도라고 생각됩니다.

“김 작가님, 우리 사회 요소요소에 조금씩 확산되는 문적(文的)마인드 컨트롤은 지금의 어려운 현실을 밝게 조망하는 좋은 일 이지요.”

중국의 뛰어난 현학(賢學)으로 불리는 북송대의 정치가 왕안석(王安石·1021~1086)은 이렇게 말 한 바 있다.

“가난한 사람은 독서로 부자가 되고, 부자는 독서로 귀하게 된다!”

전 세계 부(富)의 90% 이상은 세계 인구의 약 0.1%가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근대 민주주의가 도래하기 전에 그 0.1 %는 왕과 귀족이었다. 과거의 부자와 현대의 부자들은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고전 인문학'을 정독했다는 사실이다. 과거는 차치하더라도 근대사의 국내 재벌이었던 삼성그룹의 이병철, 현대그룹 정주영, 대우건설의 김우중씨 등은 잘 알려진 고전 인문학의 책벌레들이다.

세계적인 월 스트리트 전설의 투자가문 '셸비 데이비스'는 그는 아들과 손자에게 늘 이렇게 말 했다고 한다. “회계는 언제라도 독학으로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역사는 반드시 배워야 한다. 역사를 배우면 폭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고 특별한 사람들에게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철학과 문학, 신학은 네가 투자를 하는데 더 없이 좋은 배경이 될 것이다. 투자에 성공하려면 철학이 있어야 하지. 투자를 하고 나면 죽도록 신에게 기도해야 한다.” 셸비 데이비스의 아들과 손자는 그 말을 충실하게 따랐다. 그의 아들과 손자는 이제 모두 월 스트리트의 전설이 되었다.

요컨대, 고전 인문학은 마치 색 바랜 고서(古書)나 낡은 학문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너무도 가깝게 우리의 삶 속에 함께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인문학이 바로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 참다운 인간으로 살아가는 도리와 근본, 교훈, 미래 등을 훌륭하게 담겨있는 보고(寶庫)가 바로 문(文學)·사(歷史)·철(哲學) 인문학(人文學)이다. 따라서 인문학은 사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기 전에는 싫든 좋든 우리들 곁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인간학'이기도 하다.

인문학은 세상과 인류를 행복하고 풍요롭게 발전적으로 진화시켰던 가치관이며, 우리가 살아나가야 할 나침판 같은 안내서다. 청소년 백일장 심사를 마치고 대전으로 돌아오는 길에 핀 코스모스가 싱그러운 가을바람에 하늘거린다. 마치 저 밝은 인문학의 미래를 오늘날 청소년들이 열어가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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