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대]가을, 독서문화, 도시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임기대]가을, 독서문화, 도시

[문화 초대석]임기대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승인 2012-10-21 13:16
  • 신문게재 2012-10-22 20면
  • 임기대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임기대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임기대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임기대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나 싶더니 주말 날씨는 완연한 가을. 날씨가 너무 좋다. 유럽에서는 이런 날이면 꼭 사람들이 정원이나 카페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낸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 혼자서라도 잔디에 누워 생각에 잠기는 사람을 쉽사리 목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날씨에 책 한 권씩 들고 나와 독서를 하는 모습도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다. 필자 또한 이런 사회적 분위기 덕에 도서관 이외에도 정원이나 카페, 심지어 전철이나 버스에서까지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다 성장한 이후의 습관이지만 몇 해를 이런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레 책을 읽는 습관이 일상화되었다.

티없이 맑은 푸른색의 하늘, 온도와 습도가 감각체계가 받아들이기에 최적인 가을 날씨에는 많은 시민이 산과 들로 향한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오래 미루어왔던 책 한 권을 최적의 환경에서 읽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아마도 터무니없는 환상 내지 생각일 수도 있다. 필자 생각으로는 어릴 때부터 형성되지 못한 읽기 문화가 제아무리 좋은 시설의 도서관을 많이 짓는다 해도 쉽게 책 읽는 습관을 갖도록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도시가 상업적, 유희적 공간으로 가득 찬 모습에서 곳곳에서 쉽게 책을 읽기란 영 쉽지가 않다. 그래도 예전보다 문화카페나 마을도서관 등이 곳곳에 만들어진 것을 보면 많이 나아진 분위기다. 최근 들어서는 지자체에서 마을도서관을 많이 짓고, 지역마다 애정 있는 주민들의 움직임으로 작은 도서관들을 만들어 독서와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해가고 있다.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렇지만 이와 반대로 휘황찬란한 괴물 같은 상업공간이 도심 곳곳에 더 많이 생긴다면 끔찍할 것 같은데, 우리 도시는 여전히 도심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유사 건물들이 많이 들어설 분위기다.

'과학도시' 대전의 상징인 엑스포공원에 롯데복합테마파크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대전의 상징 엑스포에는 많은 연구소뿐만 아니라 유성도서관이라는 훌륭한 독서 공간이 있다. 단순한 도서관의 기능을 넘어 많은 사람이 아이들과 소중한 기억을 담아내는 장소이자, 책 읽는 공간, 유사 취향을 갖고 있는 사람 간의 소통공간이다. 도서관 기능이 활성화되기 오래전부터 이곳은 단순한 도서관을 넘어 문화공간이자,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거점, 평생학습의 중심지와도 같은 곳이었다. 엑스포공원, 연구단지, 게다가 도서관의 존재는 '백북스'와 같은 단체가 생겨나 전국적 지명도를 얻게 해주었다. 그런데 필자와 같이 그곳을 자주 활용한 시민의 경우 엑스포공원에 롯데테마파크가 들어선다면 다른 무엇보다 가장 큰 걱정이 도서관 가는 길이다. 도서관 가서도 바로 앞에서 놀이 기구와 상업적 이미지로 가득찬 요란한 소리에 도서관 가고 오는 길, 게다가 얼마나 모여들지는 모르지만,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몰려올 것이란다. 벌써 머리가 어지럽고, 산만해진다. 이런 환경에서 과연 이곳 도서관을 누가 찾고, 소소한 즐거움과 만남의 장이었던 장소를 이제 어디로 옮겨야 할지 걱정해야 한다.

대전의 상징 장소에 놀이기구, 스케이트장, 관제행사장, 쇼핑시설 등의 공간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날씨 좋은 날, 시민들이 잔디밭이나 한적한 카페, 혹은 도서관에서 책 읽는 모습을 보는 것 또한 즐겁고, 그것이 진정으로 행복한 시민들의 상이 아닐까. 도시와 문화를 진정 고민한다면 정책자들은 일상의 시민이 행복한 도시, 그것이야말로 행복한 도시 대전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닌지를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동네 도서관이다” 라고 말한 빌 게이츠의 말을 되새겨보자. 개개인 시민의 역량, 문화도시, 잠재력 등이 무엇에서 나올 수 있겠는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긴박했던 6시간] 윤 대통령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2.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국회 본회의 가결
  3. 계엄사 "국회 정당 등 모든 정치활동 금지"
  4. 한화그룹 충청지역봉사단, 김장나눔 대축제로 이웃사랑 실천
  5. 모로미찬본점 김난영 대표, 초록우산 그린노블클럽 가입
  1.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06강 연저지인
  2. 계엄사 "언론·출판 통제…파업 의료인 48시간 내 본업 복귀해야" [전문]
  3. 국제휴먼클럽! 어려운 이웃과 장학생에게 따뜻한 사랑 전하다
  4. 소비자 분쟁 발생시 1372를 눌러주세요!
  5.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4년 12월3일 화요일

헤드라인 뉴스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정기국회 등 올 연말 여의도에서 추진 동력 확보가 시급한 충청 현안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다시 연기된 2차 공공기관 이전부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충남 아산경찰병원 건립,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중부고속도로 확장까지 지역에 즐비한 현안들이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전 지역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단 지적이다. 3일 오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등 밤사이 정국은 긴박하게 돌아갔..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1195억 원 규모 투자와 360여 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아이스펙 한순갑 대표 ▲㈜이즈파크 정재운 부사장 ▲코츠테크놀로지㈜ 임시정 이사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 ▲㈜테라시스 최치영 대표 ▲㈜한밭중공업 최성일 사장 ▲㈜한빛레이저 김정묵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기업의 이전 및 신설 투자와 함께, 기업의 원활한 투자 진행을 위한 대전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신규고용 창출 및 지역..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빠르면 6일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본회의 의결 시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쯤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이 참여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28분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