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이 사건은 4000만의 불침번으로 주야장천(晝夜長川) 고생하고 있는 60만 국군을 믿고 있던 국민들에게도 가슴이 뻥 뚫린 듯한 충격을 주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대노(大怒)하여 국방부장관을 크게 질책했다. 다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온나라가 선거열기로 가득찬 때이기에 국가 안보 관련 사안이 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시기다. 군에서는 흔히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없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이번에 징계 수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것도 이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전방 철책을 넘어 병사 한 명이 월남해온 사실을 미리 감지하지 못했다는 사안 자체는 그 지역의 경계를 책임지고 있는 사단장을 비롯한 하급 지휘 라인이 책임지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같이 징계 범위가 커진 것은 '허위 보고' 때문일 것이다. 우리 군의 작전을 책임지고 있는 합참의장과 국방부장관에게 거짓 보고가 이루어져 우리 군 최고 지휘부가 잠시라도 그릇된 정보 하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어느 조직에서건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시에는 윗사람에게 정확하게 보고하여 적합한 대비책을 수립하면 더 이상 피해의 확산을 막고 사태를 조기 수습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사태의 은폐 또는 축소를 목적으로 거짓 보고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된다면 사태를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그래서 군에서도 어떤 위급 상황 발생 시 정확한 보고와 적절한 대응만 뒤따른다면 당사자들에게 큰 문책은 내려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이번 사건에서 해당 사단장 이외에 군단, 작전사령부, 합참 등 상급부대 보고 라인의 장성들까지 징계에 포함된 것은 이같은 허위보고에 대한 단호한 응징의 표현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군에서 장성 한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한 사람의 초급 장교를 장군으로 키우기까지 국가에서 들인 경비는 차치하고라도 그가 그동안 쌓아온 군작전상의 경험과 식견은 국가안보를 위해 무엇으로도 환산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생각해본다면 중장 1명과 소장 2명, 준장 2명 등 모두 5명의 장군과 대령 5명, 중·소령 각 2명 등 영관급 장교 9명의 징계는 우리 전력의 엄청난 손실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같은 막대한 전력 손실을 감내하면서까지 일벌백계(一罰百戒)의 대대적인 징계를 단행한 속뜻을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결국 정직하지 않은 군대는 군대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뜻이기도 한 것이다. 정직은 군대에서만 필요한 덕목은 아니다.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가장 앞세워야 할 덕목인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정직하지 않은 생활, 정직하지 않은 실력, 정직하지 않은 행동, 정직하지 않은 실적 등은 어떤 조직이나 사회에서도 배척돼야 하며, 발전에 있어 가장 치명적인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대학을 경영하고 있는 입장에서 필자도 항상 어떻게 학생들의 마음속에 정직을 심을까를 고민해오고 있다. 자라는 학생들이 정직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실천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정말 희망이 넘치는 사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해부터 정직을 심기 위한 작은 실천을 구상하고 학교 곳곳에 정직에 대한 표어를 내걸고 학생들이 늘 눈에 담아 두고 마음속 깊이 새기도록 하고 있다.
우리 대학에서도 군사경찰대학의 몇몇 학과에서 무감독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군인으로서의 명예와 책임감을 심어주자는 것인데, 앞으로 신설 예정인 창의융합대학에도 이를 적용해 보려 한다. 즉 '명예코드'라고 하여 무감독시험을 비롯해 모든 행동을 누가 보든 안보든 양심에 따라 성실하게 행하는 정직한 학생을 키워내는 대학을 만들어보자는 꿈의 실현이다. 따라서 이번 '노크 귀순' 사건과 일련의 처리과정은 우리 사회에 정직의 경종을 울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며 명예코드를 실천할 우리 학생들에게도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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